『천 년 동안 내리는 비』, 정한용 시인을 만나다
▶바람이 차갑게 디지털 소녀처럼 감겨오는 봄날,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를 출간한 정한용 시인을 만났다. 세상을 향한 시인의 곡진한 노래가 오래도록 사랑받기를 바라며 인터뷰에 응해주신 정한용시인에게 감사드립니다.
Q :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는 어떤 시집인가요 ? A : 지난 2월 초에 나온 저의 일곱 번째 시집입니다. 다섯 번째 시집부터 저는 시집 한 권 전체를 의도적으로 테마화해오고 있고요, 그런 맥락에서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 그리고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는 제 나름으론 3부작이라 여깁니다.
『유령들』은 우리 인류의 역사에서 ‘제노사이드’만을 다루고 있습니다. 하나의 인종, 민족, 단체 등 집단이 다른 집단을 정치 경제 문화적 차별로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제노사이드’라고 부릅니다. 이 시편을 쓰던 당시 저는 몇 년간 제노사이드를 공부하며 정말 끔찍한 인간의 ‘악마성’에 휩싸인 채 보냈지요. 이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거짓말의 탄생』에서는 우리의 삶을 흥미롭고도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기획했고, 그 전략으로 채택한 것이 판타지였습니다. 현실에선 불가능하지만, 상상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이야기를 통해 현재 삶의 실상이 어떻게 일그러져 있는지를 파헤치려 노력했습니다. 많은 독자께서 흥미롭게 읽어주셔서 다행입니다.
앞 두 권의 시집을 거치고 나니, 자연스레 ‘과거와 현재가 그랬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 게 될까?’라는 질문이 따라왔습니다.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는 이 질문에 대한 저 나름의 답입니다. 우리는 디지털 세계에서 수많은 코드와 살고 있고, 또 살아가게 될 겁니다. 로봇과 함께, 혹은 내가 로봇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이번 시집은 이런 세상을 읽고 그것을 보여주고자 애썼습니다. 시인은 현실과 ‘친밀한 적’이 되어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Q : 세 번째 그림전시회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A : 예. 지금 분당의 한 카페에서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라는 타이틀로 전시회를 오픈 중입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원래 제가 그림을 전공한 작가가 아니기에 많이 부족하고 부끄러운 작품일 거로 짐작합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어 책으로 공부를 해온 지는 오래되었는데, 본격적으로 그리기 작업을 시작한 건 2015년, 오래 근무하던 직장에서 명예퇴직하면서부터였습니다.
처음엔 순수하게 먹으로만, 그러니까 수묵화만을 그렸지요. 그래서 2016년에 첫 전시회를 열었고요. 2018년에는 마침 독일의 쇠핑엔에 레지던시 작가로 가 있게 되면서, 한가한 틈을 타 다시 그려서 두 번째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그 전시회는 독일 쇠핑엔에서 시작해, 국내에 돌아와서도 여러 군데 순회(?) 전시를 했었습니다. 이번 세 번째 전시에는 40점의 그림을 걸었는데요, 달라진 점이라면 수묵에 더하여 아크릴 색채가 가미되었다는 것입니다. 색을 넣으니 상상력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는 것 같고, 먹보다는 아크릴이 다루기도 좀 더 편리한 것 같더군요. 지금 코로나로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그래도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잖아요. 이번 그림 중 일부는 이런 주제를 나름대로 표현해보았습니다. 아무튼 많은 분이 와서 보시고 격려도 해주시길 희망합니다.
사랑의 기록
▲정한용 시인
〔약력〕 □ 1958년충주 생.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과 1985년 <시운동>에 시 발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 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과, 영문시선집 『How to Make a Mink Coat』, 『Children of Fire』를 냈다. 문학론으로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초월의 시학』 등이 있다. ‘천상병시문학상’과 ‘시와시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독일, 아이슬란드 등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참여했으며, 시작품이 미국, 일본, 캐나다,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시리아, 아일랜드 등에서 현지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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