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심우기 시인을 만나다

연명지 기자 | 기사입력 2021/05/05 [10:21]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심우기 시인을 만나다

연명지 기자 | 입력 : 2021/05/05 [10:21]

 

 ▲ 심우기 시인.                                                                                          © 포스트24

 

▶이팝나무 꽃들이 일렁이는 계절, 시와 삶의 사막을 횡단하기 위해 행장을 꾸리는 심우기 시인을 만났다. 눈앞에 빛이 사라졌을 때 느낄 수 있는 검은꽃의 개화를 '열세 번째 달'이라고 말하는, 시인의 시집은 긴호흡으로 읽어야 한다.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훔친 이 시집이 세상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라며, 새로운 인식으로 시의 숲을 보여준 심우기 시인에게 감사 드립니다.


Q :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첫 시집은 어떤 의미인지요.

A : 월러스 스티븐스의 검은 지빠귀를 바라보는 열세 가지 방법 이란 작품에서 첫 시집의 제목이 된 작품의 모티브가 나왔다. 첫 시집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은 그동안 써왔던 작품들의 축적과 퇴고를 통해 나온 시집이다. 등단을 2011년 10월에 하고 그해 서울문화재단에 응모하여 선정되어서 첫 시집을 위한 작품을 묶게 되었다. 부족하지만 선자의 눈에 들어 선정되었다는 것에 대하여 운이 좋았다는 생각을 한다. 오래 동안 쓰고 모은 작품이라 한 가지 경향이나 한가지 방향의 세계 보다는 여러 사건과 사물, 그리고 현상을 다루었다. 그래서 어떤 이는 시집 작품 속에 다다의 세계도 있고 서정과 탈관념의 세계도 있다고 하였지만 어느 것에 구애받지 않고 시의 완성도에 몰입하여 주로 쓴 작품이다. 소위 말해서 전략적 글쓰기를 하지 못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 한편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와 시가 주는 여운과 감동에 많은 천착을 하였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한 시적 화자와 대상의 주체성을 확보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작업이다. 또한 사물과 주체의 사건이나 시공간을 넘는 그 무언가를 포착한다는 것은 많은 사유와 고민의 결과물이다. 눈앞의 사물과 대상 그리고 사건을 넘나드는 근원적인 것, 모순, 부조리, 절뚝거림, 그림자 등 의식을 넘어선 세계, 창조적이고 계속 변이 하며 끝없는 나아가는 존재자, 그 타자성을 작품에 담으려 했다. 물론 여러 작품을 한데 묶다 보니 전편이 모두 그러한 것은 아니다. 첫 시집을 발간하고 주로 시인과 작가들에게 많은 호평과 관심도 얻었지만 일반 독자에게는 약간 어렵고 난해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 지점에서 또 다른 시 쓰기의 고민이 발로 하였다.

 

이 첫 시집은 발간되고 다음해 세종 우수도서로 선정되어 전국으로 배포되어 많은 이들에게 선보이게 된 점 또한 작금의 문단의 세트주의와 파벌주의의 공고한 카르텔을 넘어서게 한 부분과 나름의 글쓰기에 대한 용기를 준 부분이 나에게는 있다. 그래서 그게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역시 문학은 고독한 나와의 싸움이고 헌신이다. 외로운 작업이고 명예와 관심에 대한 욕망에 대하여 경원시할 만큼 더 좋은 작품에 대한 욕구가 더 깊은 퇴고와 고민을 불러일으킨다.


해설을 맡아준 이성혁 평론가가 작품세계를 잘 읽어줘서 감사한데 고정된 세계와 자아 고정관념을 넘어선 세계와 질서를 넘어선 무질서를 넘나드는 그런 세계를 그렸다고 평해주었다. 그것은 상상에서 가능한 것이고 창작에서 가능한 세계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상식이나 보편성이라고 하는 것에 대한 반문, 의도된 질문, 던지기를 시도한 작품이다.

 

Q : 코로나 시대에 시인으로 사는 것은 어떤가요?

A : 시인이라 하면 시와 떼려야 떼어놓을 수 없기에 시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길거리와 대중이 모이는 장소, 전철, 버스를 둘러보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리를 휴대폰에 파묻고 있다. 과거 한때는 전철의 풍경이 신문으로 뒤덮인 적이 있었다 .그전에는 책들을 모두 손에 들고 읽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라는 것을 실감한다. 실시간의 정보와 축약된 지식과 핫한 뉴스와 가십 등이 손바닥 안에서 넘쳐난다. 사람들은 만화와 영화, 게임과 티비와 스포츠 등을 앉거나 서서 본다. 어쩌다 책을 읽는 사람은 간혹 보기는 하지만 드물다.

 

모두가 자기가 탐닉하는 세계에 빠져 남들을 살피거나 둘러보지 않는다. 저마다의 세계에 빠져 있다. 가볍고 가벼운 이야기, 허풍과 자랑과 으스댐과 거짓 뉴스와 선동 등이 넘쳐나는 것이 인터넷의 가상세계이고 비현실적이고 환상의 장이다.
이런 불모의 단단하고 딱딱한 세계에서 상상과 버츄얼의 세계에서 문학은, 시는 어떻게 피어나 자라는가. 리얼리티를 상실하고 때로는 거짓도 좋고 가상도 좋은 것을 탐닉하는 이 시대에 시는 무엇을 할 것인가.시는 무엇인가 완전한 답은 없다. 다만 추구하고 찾는 것이다.

글을 쓰고 그것을 읽고 감동받고 정신적 사상적 영향을 주던 시대 혹은 세대에서 지금은 종합적인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영상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래서 단발마적이고 화려하고 장대한 스케일의 음악 예술 등이 등장한다.


이것에 비해서 문학은 왜소해 보이고 소박하다 못해 싱거워 보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문학과 시가 주는 힘이 있다. 그것은 인간 본연에 흐르는 정서와 감정 그리고 생각과 사유에 대한 미치는 힘이다. 영화와 게임이 사상을 형성하지 않는다.
사상이 녹아들어가 음악과 예술 등등의 부가 산업이 탄생할 수는 있다. 문학은, 시는 그 바탕의 원천이고 근원이라는 생각이다. 시인은 그것을 창조하는 자이다. 비대면 언텍트 시대에 저마다의 고립과 외로움에 갇혀 몸부림치는 현대인에게 위로와 힘, 때로는 고민과 사유를 던질 수 있는 것이 시가 아닐까.

 

현대 사회는 차이를 부각시켜 차별을 만들고열등ㅇㄹ 조장하여 위화감을 만들어 끝없는 욕망 속으로 뼈져들게 한다. 자본과 부동산, 주식과 비트코인 등등 쉼 없이 우리를 욕망의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 제도와 교육, 직장은 약육강식의 밀림 같고 궁극으로 존재하는 이유가 본말이 뒤바뀌어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살기 위해 행복을 찾는 형태, 살기 위해 먹고 노동하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쓰기 위해 사는 인간으로 전락된 느낌이다. 멈추어 보면 보이는 것들이 많다. 시는 그런 힘이 있다. 시인은 그런 힘을 사용하는 자이며 고민하고 사유하는 자이다. 인간의 탐욕과 오만에 대한 반성을 자연은 요구한다. 지구의 질서를 회복하려는 몸짓과 저항이 코로나 팬더믹의 공격이라는 생각이다. 아직도 우리는 질병과 바이러스를 두려워 하지만 궁극의 자성과 깨달음이 없다. 과거의 소란과 번잡과 소비와 지출, 그리고 막대한 이득과 부를 추구기 위하여 개발과 파괴 그리고 쓰레기와 폐기물을 양산할 뿐이다.
나도 간혹은 그런 오류를 범하는 현대인의 하나이지만 문득문득 깨달아 함께 고민하며 깨우쳐 나가고 싶은 사람 중의 하나인 사람일 뿐이다.

 

  ▲ 심우기 시집.                                                                   © 포스트24

 

▶심우기 시인의 대표시 2편을 소개합니다


                    사막여우
                          

          사막의 시작은 어디이고 어디가 사막의 끝인가

          커다란 귀로 삼킨 사막의 열기가 밤으로 차가운 사막을 덥힌다

          별보다 더 많은 모래가 바람의 문양으로 흘러
          묻힌 모든 것이 모래로 변하여 숨을 쉬는 열사

          숨은 전갈과 도마뱀을 물고 하루에도 수차례
          폐허로 잠긴 성벽을 세웠다 무너뜨리는 반복이 교차한다

          허상의 국경에서 압수 수색당하는 카라반 대열의 꼬리
          굶주린 사막여우가 따라 붙는다

          바람의 냄새로 오아시스를 찾아 사막을 건너는 붉은빛 여우의 귀는 밝다

          사막이 되지 못한 죽은 낙타의 등뼈에서 한 포대의 모래가 쏟아진다

          파도 파도 퍼지지 않는 구덩이에 새끼들을 낳고 기르는 일과
          척박의 바람이란 또 하나의 신기루를 쌓는 일

          울어도 들을 자 없는 사막에서 울부짖음은 자신의 그림자를 밟는 일이다

          침묵이 바람처럼 파고든다
          몸 안의 말들이 모래처럼 슬어간다

          허기진 여우의 검은 눈빛이 더욱 빛나고
          지도와 경계가 의미를 잃어 모래 알갱이에 파묻힌다

          작은 모래 한 알이 거대한 사하라를 옮긴다

 


                    말뚝

 

          어린 흑염소에겐 힘은 말뚝이다
          뿔이 나고 털이 억세져도
          말뚝의 끈을 넘지 못한다
          강한 뒷다리와 넓은 어깨로도
          뽑지 못하는 말뚝은 신
          늘 지는 싸움인 줄 알지만
          고집은 염소고집
          돌아와 빙글빙글 돌다
          제 목을 감아 옴짝달싹 못하게 될지라도
          갈 데까지 가고 본다
          밧줄의 길이만큼이 세상인 염소에게
          말뚝은 세상의 중심이다
          권력이다
          그래도 염소는 뱅글뱅글 돈다

 

▷심우기는 등단과 동시에 서울문화재단의 창작지원금을 수혜한 우수한 시인이다. 첫 시집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에서 내면과 사물의 등가적 유추를 통해서 다양한 형태의 시각으로 개성적 시 세계를 확립하고 있다. 시집 속의 전 작품이 하나의 총체적인 은유법으로 관철되어 있는 시 세계는 존재에 대한 본질적 내면 추구와 상상력이 장관이다. 그의 시는 일상의 사소한 경험에 의해서 얻어진 것들이더라도 그의 시선에 포착된 사물은 일상의 경험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전이되어 투영된다. 그의 시는 특수한 상태의 감성에 의해서 얻어진 새로운 인식들이어서 예사롭지가 않다. 개인적 삶과 다층적 사회 현실의 갈등을 자기만의 개성적 시 세계로 구축하여 신선한 이미지로 알레고리화 하고 있다.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정신은 현실 속에 감추어진 진실을 암시적으로 갈파하고 있어 깊이가 있다.
                       - 권달웅(시인)

 

 

 

 

   ▲ 심우기시인 약력
 
□ 1964년 7월 4일 전북 함열 출생
□ 2011년 시문학 등단
□ 2012년 서울 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 2013년 첫시집 『검은 꽃을 보는 열세 가지 방법』 출간
□ 2014년 첫시집 세종우수도서 선정
□ 2016년 영미번역시집 『그대여 내 사랑을 읽어다오』 출간,  2번째 시집『밀사』, 공저 『첫눈 오는 날』외 다수
□ 2019년 전자시집『얼음 불기둥』  
□ 전) 경원대, 인하공전, 가천대 출강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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