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생광 <무속>전, 교보아트스페이스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가 1)
무당 4, 71×71cm, 수묵채색, 1984
작품 앞에 서서 그림을 감상하면 왠지 모르게 무섭고 빨려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굵고 거칠게, 여러 번 종이에 흡수된 물감 자국을 보고 있으면 환각을 경험한 듯 묘한 기분이 든다. “무당4”에서는 왼쪽에 그려진 무당 양옆으로 기가 안개같이 퍼지고 있다. 기는 무당의 신묘함을 표현하듯 정적으로 휘몰아치는 곡선으로 표현돼있다. 하얀 탈을 쓴듯한 얼굴은 모든 것을 꿰뚫고 있는 눈빛이고, 살짝 열린 입으로 정면을 향해 중얼거리는 듯하다. 그 옆에는 붉은 한자로 적힌 부적이 그림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박생광 화가의 작품에는 부적이 여러 번 넓은 면적으로 나타나는데, 부적이라는 소재는 무당과 함께 엮여 염원을 바라거나 액운을 막으려는 주술적 힘을 뿜는다. 무속의 종교적 의미와는 달리, 박생광 화가에게 이것은 한국 문화의 근본이자 민족적 정체성을 함의한다. 즉, 무속은 민속문화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주술성을 포함하는 한국 고유의 전통으로 박생광 화가에게는 표면적 의미 이상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목어, 68.5×69cm, 수묵채색, 1981
박생광 화가는 단청에 관심과 흥미를 갖고 있었다. 단청은 우리나라 목조건물에 그려진 청/적/황/백/흑 색조를 기본으로 하는 색채예술 양식 중의 하나이며 이 또한 음양오행이 사상적 배경이 된다. 앞서 묘사했던 박생광 화가가 화면 안에 가져온 ‘기’나 호랑이, 목어 등, 그 외 배경이 되는 것들이 궁궐이나 사찰에 그려진 단청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80년대 작품의 흐름은 영묘하고 신묘한 모습의 단청 같기도 하다. 실제로 화가는 이전까지 쓰던 일본 분채 대신에 한국 불화에 사용되는 단청 안료를 사용해서 작품을 만들었다.
무속 5, 136×136cm, 수묵채색, 1982
이 작품에서 화가는 한 화면에 여러 가지 요소를 엮고 겹쳐 그렸는데 그림의 상단에는 단청을, 왼편에는 무신도를, 오른편에는 미인도 형상을 가져왔다. 이외에도 화려한 문양과 강렬한 색상으로 다양한 문양과 이미지를 표현했다. 그림 안에 무엇하나 반복적인 것 없이 여러 모습이 엉켜져 있는 모습은 사각형 안에 그려진 요소들이 서로 얽혀 꿈틀거리며 기운을 내뿜는 것 같다.
전시장에는 박생광 화가의 그림들이 단조로운 모습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이미 화가의 작품들에서 강한 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또한, 우리 스스로도 한국인으로서 무속과 민속문화가 어떤 의미인지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K-pop이든, K-drama든 세계 여러 나라로 우리나라 문화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나라 사람들도 외국의 문물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박생광 화가의 작품이 더욱 멋있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 또한, 우리 민족과 한국 예술인들이 그의 작품을 길이 보존하고 아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신수안 Artist Sooan 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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