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시

'바늘 방석'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0/04/22 [08:18]

오늘의 추천시

'바늘 방석'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0/04/22 [08:18]

  © 포스트24



 

바늘방석

 

                                                                             배영 시인
하나 둘 바늘의 흔적이 빠지는
저기 저 공원 벤치의 초점 없는 노인들
너덜해진 세월을 뭉개고 앉아 있듯
어쩌다 맨 바닥에
겨울한기를 깔고 앉아있다 보면
시린 온도들도 참
갈 곳이 없는 존재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닿는 온기마다 집요하게 파고드는
뾰족한 추위들, 체온을 따라
그 끝이 무뎌지고 싶은 것이다

바늘에게도 방석이 있다는 말
둥근 쌈지에 꽂혀있던 바늘들
뜯어져 바람 드는 솔기를 촘촘하게 꿰매는 성격은
우리 집 안채의 내력과 닮았다

어떤 자리는 두꺼운 방석을 깔고 앉아도
따갑고 추운 자리가 있다
늙은 고시생의 아내는
매년 돌아오는 추석의 시댁방석이 너무 아팠다
쉼 없는 낙방은 바늘방석을 만들었고
아내는 죄인인양
그 방석위에서 안절부절 했다

전철 안, 앉아있는 학생 앞에
젊은 할머니가 서 있다
바늘은 자는 척 감은 눈가에서
파르르 떨린다.

바늘방석은 늘
무엇인가가 허물어진 곳에 돋아난다.

 

  

 

    

  

   ▲ 배영 시인

 

  [약력 ]                                     

 □ 고려대 법대 졸업

 □ 2014년 시 현실 등단

 □ 2016년 매일 시니어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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