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은'

천자 수필, 김후곤 수필읽기 (2)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0/04/20 [08:26]

'사람의 삶은'

천자 수필, 김후곤 수필읽기 (2)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0/04/20 [08:26]

                                                        사람의 삶은

 

                                                                                                           김후곤 소설가
P는 강남의 한구석에 살며 강북의 오래된 지역에 위치한 직장을 다니기 위해 한강을 건너다녔다. 발령받고, 그곳에서 새로 알게 된 A와 함께였다.
아내와 아침인사를 나누고 아파트를 나선다. 10분쯤 걸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 A가 기다린다. P가 A를 기다리기도 한다. 기다리다 혼자 승차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함께 버스에 올라탄다. 직장의 현관에 나란히 들어선다.
그날.
P는 허둥대다 지둥거리며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지난밤의 숙취였는지 아내와의 다툼이었는지 늦잠을 잤고, 만남의 시간을 지키기 위한 습관화 된 일련의 동작이었다. 정류장에 도착하고 A와 인사를 나누었다. 순간 P는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다. 양복 윗주머니, 바지 뒷주머니를 더듬어도 지갑이 만져지지 않았다.
“어엇, 지갑을 놓고 왔네.”
“버스비, 내가 낼게. 필요하다면 돈도 빌려주고.”
잠시 생각하던 P가 고집스레 말했다.
“아냐, 갔다 와야 해. 아내에게 할 말을 놓친 것도 있고. 먼저 가. 이따 봐.”
“에이, 그냥 함께 가지.”

 

P는 버스 정류장으로 되돌아왔고, 자신의 지갑에서 꺼낸 돈으로 차비를 쇠로 만들어진 통에 넣었다. 버스는 사거리에서 우회전하고, 직진하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비스듬히 우회전해야 했다. 그곳이 성수대교 남단 진입로였다. 삼거리에 들어서기 전, P의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순간, 한기로 몸을 떨었다. 아주 밝은 흰빛이 버스 위를 덮치고 있었다. 세상의 소음이 한꺼번에 버스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잠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았다. 버스 기사의 격한 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쓰발, 뭐, 뭐야?! 다리가 무너져?”

 

A는 그날 세상을 떠났다. 다른 직장인, 여고생과 함께.
다리가 무너지고 얼마 후, 중얼거리던 P의 모습이 지금도 또렷하다.
“무엇이 나를 그 버스에 타지 않게 한 걸까? 지갑인가? 아내인가? 전날의 숙취인가? 아내의 잔소리인가? 왜 A를 한강에 떨어뜨렸냐구? 운명이라고? 무슨 운명이 그래. 나는 다만 지갑 때문에 그 버스를 타지 않았을 뿐이야. A는 지갑을 잘 챙겨왔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거든!”

 

P는, 지금도 먹고 마시고 잘 논다.

 

 

 

 

 

 ▲김후곤 소설가

 

  [약력]

 □ 현,청하문학중앙회 부회장

 □ 소설가. 수필가

 □ 수필집  『그게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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