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추천시

『나를 깁다』,이혜민 시인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0/04/10 [19:11]

오늘의 추천시

『나를 깁다』,이혜민 시인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0/04/10 [19:11]


 

 

 「나를 깁다」

 

                                                                        이혜민 시인


거울 속에 꿈틀거리는
날개 같은 것이 한 자루 가득
쉼 없는 쉼을 위해 얼굴을 가리고 있다
어디서부터 마름질이 어긋난 걸까
햇살 바늘이 살갗을 뚫고 들어오며
박음질부터 해댄다
담장 밑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유년의 얇은 천과
날고 싶어 하는 날개가 청춘을 누비며
한 벌 몸뚱이를 깁는다
어디를 가나 모습과 질감이 똑같은,
어지간한 오염에도 물들지 않는 원단
늘 빡빡 문질러서 빨아야하리
그러나 따뜻한 손길이나 입술엔 취약해
고문 단속을 당하기도 한다
나를 가리고 있는 천을 수선할 때마다
빗방울처럼 떨어져 번지는 눈물
무명의 노루발로 박음질을 하는
난, 한 폭의 생을 깁는다.

 

 

 

 

   

    ▲ 이혜민 시인

 

 [약력]

 □ 경기도 여주출생. 2003년 『문학과 비평』 신인상.
 □ 시집, 『토마토가 치마끈을 풀었다』, 『나를 깁다』, 전자책 시집 『봄봄 클럽』
 □ 2006년 경기문화재단창작기금 수혜, 2018년 성남문화발전기금 수혜.
 □ 2019년 '제 2회 안정복 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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