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나와 나도 모르는 내가 만나는 소설

“사람은 가도 책은 그대로 남아있네”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4/03 [11:13]

내가 아는 나와 나도 모르는 내가 만나는 소설

“사람은 가도 책은 그대로 남아있네”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04/03 [11:13]

  © 포스트24

 

▶매일 아침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결코 순탄하지 않다. 길이 험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늪과 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며 주저앉아버리고 싶지만 절대로 소설 쓰는 것만은 멈출 수 없다고 말하는 엄현주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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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불꽃선인장 소설집을 출간한 계기가 있나요?
A : 첫 창작집을 출간한 지 십 년이 훨씬 넘었다. 더 이상 출간에 대한 의욕과 의미를 못 느낀 탓이다. 그러다 보니 소설가로서 정체성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겠다는 각오로 그동안 발표한 작품을 소설집으로 묶었다. 불꽃선인장 출간을 계기로 재탄생을 꿈꾸어 본다. 
 
Q : 제목이 독특한데 어떤 사연이나 의미가 있는지요?
A : 어느 날 티브이뉴스에서 산불이 난 장면을 보게 되었다. 불꽃을 튀기며 탁탁, 타들어가는 소리가 나무들이 지르는 아우성처럼 들렸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살아남으려 애쓰는 생명의 이미지를 결합해보는 순간 ‘불꽃선인장’이라는 제목이 떠올랐다. 사막 한가운데서도 의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선인장처럼 꿋꿋한 생명의 의지와 삶의 열망을 제목에 담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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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불꽃선인장 줄거리 간단히 얘기해주세요. 
A : 지수는 남편의 실직으로 인한 궁핍에서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여전히 현실은 힘이 든다. 보험설계사였던 어머니가 혼잣손으로 어린 남매를 키우면서 어려울 때마다 사들고 오던 선인장화분. 지수는 견딜 수 없는 순간마다 선인장이 되는 환상에 빠져든다.
어느 날, 시어머니의 방문을 피해 지수는 산속에서 추위에 떨다가 불을 지핀다. 그녀는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아이의 환영을 보고 뛰어들면서 자신은 선인장의 왕, 사구아로가 되어 영원히 살아남으리라 믿는다.  

 

Q : 소설을 쓴다는 것은 엄현주 소설가에게 즐거움인가요? 고통인가요?
A : 소설을 쓰면서 내가 몰랐던 나와 만나서 교감하고 소통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특히 완전히 잊고 있었던, 아득한 옛날의 일이 떠오르는 순간은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막상 언어로 표현하고자 할 때 어려움이 따르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애를 써도 되지 않을 때, 마치 실어증 환자가 된 것처럼 답답해지면서 고통스럽다.

 

Q : 창작 계획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부탁합니다.
A : 어릴 적 고향집 뒷마당에 있던 우물을 배경으로 하는 성장소설을 쓸 계획이다. 예전 이웃들을 소환해 그들과 함께했던 시간을 떠올려보고 싶다. 그리고 현 사회현상을 주로 다루는, 짧은 소설(미니픽션) 몇 편을 틈틈이 써볼 예정이다.  
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이 잊고 있었던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나 마음을 다독일 수 있고 위안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독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한창 피어난 봄꽃과 오래된 책들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그윽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귓가에서 울려나는 듯하다. 이제 이곳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아득히 먼 저곳에서 <불꽃선인장>을 펼쳐들고 환하게 웃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는 엄현주 소설가의 건필을 빈다.

 

 

 

  

    ▲엄현주 소설가

 

 [약력]
 □ 2002년 단편 <투망> 평사리문학대상 수상. 등단
 □ 2016년 법계문학상(장편동화) 수상
 □ 소설집 『투망』 『불꽃선인장』 출간
 □ 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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