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여행이 삶이고 소설이다'

상처와 구원을 아우르는 트레킹여행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3/16 [19:25]

'모든 여행이 삶이고 소설이다'

상처와 구원을 아우르는 트레킹여행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03/16 [19:25]

 이태리 돌로미테에 있는 봉우리 '트레치메'                                                         © 포스트24

 

Q. 소설집에 나오는 '트레치메'는 어떤 곳인가요?

A. 이태리 돌로미테에 있는 봉우리 이름입니다. 이탈리아어로 트레는 3, 치메는 봉우리를 뜻해요. 7년 전 일주일에 걸쳐서 돌로미테 트레킹을 했어요. 지금은 정보가 많아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돌로미테를 아는 사람이 없어서 같이 갔던 동행자가 자료를 찾느라 엄청 힘들었다고 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 로카텔리 산장에서 묵으면서 바라본 트레치메의 일몰과 일출이었어요. 스러져가는 햇살을 받아 황금색과 붉은 빛으로 변하는 트레치메를 밤이 늦도록 아무 생각없이 바라보고 앉아 있었죠. 그리고 3일 동안 그 주변을 빙빙 돌았어요. 그 봉우리를 떠날 수가 없었어요. 아우론조, 로카텔리, 산장 뒤의 호수. 그리고 트레치메, 아직도 많이 그립습니다.

 

Q. <트레치메>소설집의 작품들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A. 트레치메 소설집에는 거의 산에 대한 이야기만 묶었어요. 시청 광장에서 거대한 붉은 봉우리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나오는 전광판을 본 후. 무작정 그 곳을 향해 떠나는 여자를 그린 ‘트레치메’, 폭설이 내려 입산 금지된 설악산에 길을 내려고 동원된 사람들 틈에서 만난 남편의 옛날 여자와의 이야기를 쓴 ‘폭설’

 

설악산 비너스길이라는 암벽 루트를 오르는 암벽소설 ‘비너스’ 라디오에서 나오는 기상예보를 무시하고 아침가리골로 비박을 떠나는 초등학교 동창생들의 이야기를 그린 ‘여름의 오후’ 산 사람들이 산에 집착하는 이유를 들어보고 싶어서 썼던 ‘만항재’파리에서 20일 동안 머물면서 파리 골목을 무릎이 아프도록 걸어 다니다가 만난 수잔 발라동과 그의 아들 모리스 위트릴로에 대해서 쓰면서 혼자 엄청 울었던 ‘몽마르뜨의 눈물’ 그리고 ‘지리산 가던 날’, ‘수필처럼 쓴 소설’ 들이 있습니다.

 

Q. 국내외 트레킹여행을 많이 하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은 곳이 있나요?

A. 국내 트레킹 중에서는 지리산 트레킹을 가장 좋아했어요. 해마다 지리산 종주를 십여 년 정도 했어요. 많이 할 때는 한 해에 다섯 번도 했어요. 머리가 복잡하면 배낭을 꾸려서 지리산에 들었죠.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리산에 올라간다.’라고 말하지 않고 ‘지리산에 든다’라고 말해요. 그러다 지리산에 구석구석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곳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남들이 안가는 길을 2년 정도 미친 듯이 뒤지고 다녔었죠.

 

해외 트레킹이라면, 히말라야가 특별해요. 몽블랑이나 로키, 돌로미테 그런 곳들은 가기 전부터 신나고, 걸으면서도 행복하고, 다녀와서도 무조건 행복해요. 기억만으로도 행복해요. 히말라야는 행복하지만은 않아요. 아주 열악한 조건 속에서 매일 걸어야 하는데 고산증 때문에 걸음마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옮겨요.

 

가기 전 두 달 전부터는 소고기 먹고, 홍삼 챙기고, 온 집안 냄새 다 배이면서 흑마늘 만들며 한 달 전부터 준비해야 해요. 그토록 겸손한 마음으로 떠나야 하는 곳이 히말라야예요. 극한 추위와 싸워야 하고 판자에 못질해서 만든 난방이 안 되는 롯지의 삐걱거리는 침대 위에서 이제 히말라야는 절대 안 올거야? 라고 중얼거려요. 그런데 귀국해서 열흘이 지나면 또 카트만두 가는 항공권 검색을 하고 있어요. 다른 트레킹은 체력, 몸으로 걷고, 히말라야는 영혼, 마음으로 걷는 것 같아요. 코로나19 때문에 5월 ebc트레킹을 취소해서 마음이 아파요.

 

Q. 우은선 작가에게 여행과 소설은 어떤 관계라고 생각하나요?

A. 소설을 쓰기 전부터 여행은 많이 다녔는데, 소설을 쓰면서 그 여행에 의미가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여행은 현실 도피고 휴식이라고들 말하는데 제 여행은 고행이었어요. 더 찐한 삶 속을 걸어다니는 방랑자 같았어요. 여행에서 돌아오면 비로소 휴식을 취해요. 먹고 자고, 먹고 자면서 제게는 그 여행의 모든 것들이 또 다른 삶이고 소설이었어요.

 

Q. 대학졸업 후 중단했던 소설을 다시 쓰기 시작한 계기와 창작 계획이 궁금합니다.

A.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 하고 아이 낳고 삶에 휘둘려 살면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너무나 아득한 과거 일이거나 남의 일이었어요. 어느 날부터 할 이야기가 가슴에 꽉 찼는데 그것을 풀어내야만 제가 좀 살 것 같았어요. 소설 공부를 다시 시작했죠. 소설 얘기하면서 쓰는 단어들, 아직 쓰고 싶은 글은 쓰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히말라야 연작 소설을 준비하고 있어요.  나만의 히말라야, 나만의 여행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여름에 네팔에 들어가 포카라에서 한 달 쯤 살면서 소설을 쓰다 돌아오려고 해요.

 

  ▲책표지.                                                        ▲ 우은선 소설가의 트레킹 모습.   © 포스트24

 

김유정문학관 촌장 이순원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우은선 작가는 보통 여로형 소설은 '그곳으로 떠날 때의 나'와 '그곳의 나'와 '그곳을 벗어났을 때의 나'가 길 위의 성찰을 통해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소설에서 우은선이 그려 보이는 여로의 방식은 참으로 독특하다. 「트레치메」의 경우 충분히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데 여로 중간에 소설을 끝낸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우은선이 계획한 트릭이자 창작방식일지 모른다. 남은 길의 여정은 서둘러 마감하면서도 미처 다하지 않은 뒷이야기까지를 포함한 감동을 독자에게 충분히 주고 있다고 했다."


또한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 김성달 소설가는 "우은선 작가의 소설은 예정된 뻔한 길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뒤집고 부정하는 산길 벼랑 끝의 위험한 길을 걸어서라도 진실을 만나려는 질문을 계속한다. 그 질문은 소설 속의 삶이 아니라, 소설으로서의 삶을 생각하는 질문이고, 이것은 결국 그가 창조해내는 이야기의 맥락에서 자리를 찾게 된다. 그런 그의 결단과 의지의 발길은 어렵지만 멋있고 위험하지만 아름답다. 이런 작가의 자세가 만들어낸 『트레치메』 는 독자들에게 상처와 구원을 아우르는 큰 산의 울림으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 우은선 소설가
 □ 2016년 <한국소설>에 단편소설 ‘트레치메’ 신인상 당선.
 □ 2020년 단편 8편 소설집 <트레치메> 발간.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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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성원 2020/03/17 [15:33] 수정 | 삭제
  • 우은선 작가님, 벌써부터 팬입니다. 잘 모르는 트래킹 이야기를 단숨에 읽어내게 하는 흡입력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여행을 휴식이 아닌, 고행(찐한 삶 속을 걸어가는 방랑자)의 비유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