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김후곤 소설가의 '천자수필'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03/02 [22:41]

호미

김후곤 소설가의 '천자수필'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1/03/02 [22:41]

                                   

  © 포스트24

 

                                                          호미


                                                                                           김 후 곤 소설가

 


집 앞에 감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파트의 역사와 함께 하니 30년이 넘었다. 처음 이식하던 해에도 감이 열렸을 것이다. 열리지 않는 어린 감나무를 심었을 리가 없다. 이렇게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니 적어도 40년이 된다. 감나무는 한줄기 나무로 자란다. 원줄기가 하나이고 허리 높이에서 줄기가 두 개로 나누어지고, 곧 오른쪽의 줄기는 머리 높이에서 다시 두 곁가지를 친다. 이렇게 세 줄기가 뻗어나가 그 위에서 여러 줄기로 나뉘어 자란다. 수십 년이 된 감나무는, 튼튼한 모양을 갖추었고 잎이 가득할 때의 전체적인 느낌은 둥글다.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하얀 무서리가 내리던 때, 머리 높이의 감나무 곁가지 사이에 호미 한 자루가 걸쳐있다. 보는 각도를 달리하면 감나무 가지 사이에 호미가 끼어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언제 누가 여기에 호미를 걸어놓았는지 확인 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몰인 ‘아마존’의 호미 주문을 받은 영주 대장간 주인이 말한다.
“아마존에는 여자가 많다던데, 그 밀림에서도 호미를 써?”
호미에 대한 선전 문구가 함께 보였다.
‘텃밭 가꾸기에 더할 나위 없는 도구다.’
‘이건 반드시 사야 해.’
‘잘 만들었다. 튼튼하며, 사용하기 편리하다.’
우리 대장간에서 만든 호미가 널리 팔린다.


호미, 얇은 날로는 잡초를 베고, 두꺼운 날로는 고랑을 판다. 질긴 잡초를 베려면 날카로워야 하고, 고랑을 파려면 돌에 부딪쳐도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야 한다. 영주 대장간에서 만든 호미는 날이 안쪽으로 절묘하게 휘어져 있다. 사용자가 손목을 구부리지 않고 적은 힘으로도 땅을 일굴 수 있다.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은 여러 상처를 안고 쓸쓸히 물러났다. 막강한 첨단 무기와 어마어마한 전쟁 물자를 실어 날랐어도 패퇴한 전쟁이었다. 월맹군은 터널을 따라 이동했다. 밀림에서 대나무 숲에서 농가의 뒤뜰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이렇게 출몰하는 월맹군은 미군의 큰 골칫거리였다.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소이탄, 화염방사기, 그리고 우리에게도 후유증을 남겨준 고엽제를 뿌려댔다. 미군은 터널을 찾아 냈는 데 극히 일부였다. 밀림에 땅 속에 그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이 터널이 구찌 터널이다.


총길이 250km, 10m 깊이가 있는가 하면 3m 깊이로 터널을 뚫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다닐 정도의 크기도 있다. 이곳에 숙소 부엌 침실 회의실 무기창고 병원 극장까지 갖추었다. 50t 무게의 탱크가 지나가도 끄떡없다. 이 터널을 판 도구는 달랑 호미 하나였다.

한 달여가 지나도 감나무 가지 사이에 걸어진 호미는 여전히 그대로다.
필요할 때, 눈 밝히고 찾아 사용하고 용도 폐기한 경우인가.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감나무에 걸어놓았을까.
텃밭의 최 사장, 사용한 호미를 언제나 깨끗이 씻어 보관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중얼거린다.
“사용한 호미에 대한 예절이지 뭔가요?”

 

 

 

   

   ▲김후곤 소설가

 

  [약력]

 □ 현,청하문학중앙회 부회장

 □ 소설가. 수필가

 □ 수필집  『그게 사실은』 , 『숲을 거니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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