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 시평 (11), 손음 시인

<편의점 생각>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02/20 [21:59]

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 시평 (11), 손음 시인

<편의점 생각>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1/02/20 [21:59]

                    

  ▲ 편의점 사진.                                                                                          © 포스트24

 

                   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 시평 (11), 손음 시인

                                 - <편의점 생각>

 

인간의 일상성은 가공된 것으로부터의 실존 양식이며, 삶과 사물에 대한 엄정함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인간은 모든 다양성을 바탕으로 하는 전체 사회구조의 한 표현양식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현대인은 타인의 간섭없이 자신만의 능동적인 삶의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경작하고자 한다. 이러한 마음은 현대인이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소중한 내적 가치에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의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주변부의 일상문화에 젖어 있는 사람들보다 타자 소외를 더 많이 경험한다는 점이다.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삶은 추상적이거나 관념적인 한탕주의와 상관없이 충일한 인정물태(人情物態)를 보이기 때문이다.


손음 시인은 도시 주변부 사람들의 일상문화 밑에 숨겨진 도시 중심부 사람들의 고급문화에 대한 허구성을 폭로하고 있다. 도시 중심부의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합리적인 삶의 허구성을 띠는 데 반해, 주변부의 일상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은 노동과 소비형태가 동등하지 않아 중심부에 사는 사람들보다 다소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 (「밥 묵고 오끼예」, 「송정 블루스」, 「아귀」, 「사과 한 상자」, 「서생 한 상자」)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자리 밑에 깔린 자연적인 삶에 대해 인간과 사물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갈치 밥집」, 「저녁의 신데렐라」) 그러므로 도시의 고급문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주변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비해 타자 소외를 더 경험한다고 할 수 있다.


편의점에는 편의한 생각이 있다. 삼각김밥이 있고 10세 미만 술과 담배 금지가 있다 찐빵과 어묵이 있고 즉석 북엇국이 있고 즉석 미역국이 있다 로또 복권이 있고 밤을 잊은 그대가 있고 아저씨 술 작작 드세요가 있다

편의점에서 한 살 더 먹는 소년이 있고 컵라면으로 슬픔을 때우는 인류가 있고 욕으로 김밥을 욱여넣는 이가 있다. 배가 고파 달을 먹는 고양이가 있고 진열대 재고를 걱정하는 사장이 있다 모든 것이 있고 모든 것이 없는 편의점의 날씨가 따로 있다

편의점으로 놀러 간다 화성에서 내려 온 밤의 케이블카처럼 편의점에 환하게 빛난다 자다가 웃다가 울다가 온통 편의점으로 가득 찬 생각들이 밥 먹으러 간다 죽으러 간다 살러 간다 편의점의 삶이 계속된다
미치도록,
                      -손음, 「편의점 생각」 전문 
 
이 시는 기계문명의 발달에서 오는 인간의 익명성과 삶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편리성을 그리고 있다. 또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의 집약적이고 즉석 가공적인 삶의 양식을 잘 표현하고 있다. 현대인의 이 모든 구미를 잘 맞춘 종합 소비 형태가 편의점이다. 편의점에는 현금지급기, “삼각김밥”이 있고, “찐빵과 어묵”이 있으며, “즉석 북엇국과 즉석 미역국”이 있다. 편의성에 길든 현대인은 연탄불을 달구어 고등어를 구워주는 느린 노동을 볼 필요 없고,(「자갈치 밥집」) “소주 몇 잔에 간간이 듣는 뱃고동 소리”(「통영 트렁크」)의 노역도 볼 필요가 없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한방의 꿈을 이룰 수 있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로또 복권”이다.


그런 이곳에도 인간 소외라는 부정성이 존재한다. 24시간 밝은 빛이 비치는 이면에는 도시의 중심부를 뚫지 못하는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이 있다. “한 살 더 먹는 소년이 있고/ 컵라면으로 슬픔을 때우는 인류가 있고/ 욕으로 김밥을 욱여넣는 이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사장이 매일 진열대의 재고를 걱정해야 한다. 절망적이고 불구적인 현실이 도시의 고급문화 이면에 혼재해 있는 것이다.


손음 시인은 “화성에서 내려 온 밤의 케이블카처럼 편의점이 환하게” 빛난다는 비유와 함께, 핫팬츠를 입은 처녀들이 샌들과 선글라스를 낀 자동차 (「자귀꽃 저녁」)를 본다는 역설로 비상식화된 자본주의의 소통방식을 희화화하고 있다.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타인의 간섭을 배제하고 오직 자신만의 삶을 경작하고자 한다. 이랬을 경우 그들은 개방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모든 담벼락의 명령에 의해 살아가는”(「담벼락」) 즉자적인 존재가 된다. 이를 지켜 본, 시인은 현대인이 자연에 기대는 삶을 살아가기를, 타인과도 경계를 해체시켜 존재의 근원을 회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 염원은 “나무가 죽은 새를 안고”(「새」), 낡은 빌라 화단에 조루로 물을 주어 낙원이 (「낙원 빌라」)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시인은 고독한 존재가 익명성에서 벗어나 타인에게 “밥은 먹었느냐고”(「밥」) 인사라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녀의 도시 주변부 시에 대한 천착 과정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 손음(본명 손순미)시인 약력:
1997년 《부산일보》신춘문예와 월간《현대시학》에 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칸나의 저녁』,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연구서 『전봉건 시의 미의식 연구』를 펴냈으며, 제11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
 

 

 

 

  

    ▲권영옥 문학평론가

 

 [권영옥 약력: 시인, 문학평론가]
 □ 경북 안동 출생,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문학박사)
 □ 시론서 『한국현대시와 타자윤리 탐구』, 『구상 시의 타자윤리 연구』.
 □ 시집 『청빛 환상』, 『계란에 그린 삽화』 (경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 전) 상지대, 아주대 외래교수, 현재) 《두레문학》편집인, 문예비평지 『창』편집위원
 □ <두레문학상>수상.

 □ 이메일 : dlagkwn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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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찬 2021/02/21 [14:57] 수정 | 삭제
  • 에 대한 서평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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