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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글쓰기」 ​

김단혜 수필읽기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2/04/12 [11:21]

「은밀한 글쓰기」 ​

김단혜 수필읽기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2/04/12 [11:21]

 ▲ 노리 책방 전경.                                                                                    © 포스트24

 

​                                                     은밀한 글쓰기

​                                                   

                                                                                                           김단혜 수필가

 

우리 동네 독립 책방 이름은 노리입니다. 책방 지기가 보낸 노트 한 권이 택배로 도착했습니다. 노트의 이름은 ′은밀한 글쓰기′입니다. 무명천에 털실로 장식한 수제 노트로 속지는 친환경 갱지입니다. 노트 사용법을 꼼꼼하게 알려줍니다. 먼저 쓴 이의 글을 읽고 제시한 키워드로 자신만의 글을 적으면 됩니다. 글의 형식은 자유며 그림을 그려도 됩니다. 손글씨로 한자 한자 적는 즐거움을 맛보세요. 다 쓴 후 다음 작성자에게 제시할 키워드를 적어주세요. 글쓴이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내게 주어진 키워드는 ′모닝 루틴′입니다. 

​코로나가 길어지고 있습니다. 감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답답함, 경제적인 어려움, 일상이 멈춘 것에 대한 스트레스는 코로나 블루의 문턱을 넘나듭니다. 마스크로 입을 막아놓으니 할 말이 생각나지 않고 말문이 막히니 글 문 또한 막힌 채 시간이 흐릅니다. 이럴 때일수록 일상의 작은 습관이 중요합니다. 일어나자마자 침대 주위를 정리합니다. 원터치 방식의 정리는 두 번 손이 가지 않는 정리습관입니다. 정수기 앞에서 냉수 한 잔 마십니다. 공복에 마시는 물 한 잔이 건강, 뇌기능, 피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밤새 목마른 몸에 촉촉함이 서서히 퍼집니다. 침향을 피우고 매트를 폅니다. 싱잉볼 명상음악을 틉니다. 매일 아침 10분 명상을 합니다. 허리를 곧게 세우고 어깨를 돌리며 긴장을 풀어줍니다. 고개도 왔다 갔다 손바닥은 천장을 향한 채 무릎에 살짝 올려놓고 손가락은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얀무드라 자세를 취합니다. 얼굴에 긴장을 풀고 눈을 부드럽게 감습니다. 들숨과 날숨,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쉽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때마다 의식의 모든 부분을 호흡에 가져갑니다. 손목과 발목에 힘을 빼고 어깨와 목에 긴장도 풉니다. 몸이 어떤 감각에 반응하는지 알아차립니다. 편견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있는 그대로 마음에 집중합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을 멀리서 바라봅니다. 내 안의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몸이 가볍고 머리가 차오르고 정신도 맑아집니다.

명상 후에는 차 한 잔을 마십니다. 차는 눈, 코, 입, 귀, 마음, 오관을 즐겁게 합니다. 동양에서는 명품을 차, 벼루, 꽃에만 붙인다고 합니다. 명품백은 없어도 명품차를 마시는 행복한 아침입니다. 요즘 마시는 차는 알디프 트라이앵글 티백입니다. 알디프의 알 로고는 헤세의 ≪데미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경화수월, 비포 선셋, 서울의 달 차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줍니다. 이 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토리가 있어서 마치 책 한 권을 읽는 것 같습니다.

차를 내리는 일은 온도와 시간, 물의 양이 중요합니다. 아침을 깨우는 차, 하동의 작설차와 인도식 아쌈의 황금비율로 블렌딩한 맛으로 테마곡은 정민아의 가야금 연주곡입니다. 차는 채우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니라 비우기 위해 마시는 것입니다. 이 아침 무엇을 비울 것인가를 생각합니다. 차를 마신 후에는 종아리 스트레칭기에 서서 정여울의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 한 페이지를 읽습니다. 매일 글 쓰는 사람, 꿈꾸는 사람, 희망을 전하는 작가입니다. 책은 삶을 바꾼 심리학, 일상, 독서, 영화, 그림, 사람, 대화 챕터를 나누어서 소개합니다. 

처음부터 읽지 않아도 되고 요일별로 읽어도 괜찮습니다. 수요일의 챕터는 일상입니다. 작가 정여울도 일상에서 중요한 일은 독서라는 피난처라고 합니다. 독서를 하는 사람은 침묵 속에서 강인해진다는 글에 밑줄을 긋습니다. 

이제 동네 한 바퀴 산책 나갈 준비를 합니다. 산책에는 책 한 권을 챙깁니다.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 이찬재, 안경자 부부의 일상을 기록한 그림편지입니다. 손글씨가 주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라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나의 모닝루틴을 마치고 다음 사람에게 줄 키워드는 ′나를 버리면서 나를 얻을 수 있는 행복한 공간′이라고 적습니다. 오늘 아침도 완벽했습니다.

 

 

 ▲ 김단혜 수필가.                  © 포스트24

 

 

 

 

 

 

 

 

 

 

 

 

 【약력】

김단혜; vipapple@naver.com

       ≪한국작가≫ 2010년 수필등단. 성남문학상 수상 (2018년)

       시집≪괜찮아요,당신≫ 책 리뷰집≪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하여≫

       수필집≪빨간 사과를 베끼다≫ 야탑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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