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강빛나 시인의 시적 정서는 무엇인가요? A : 제가 시를 쓰면서 감각하는 시적 정서는 ‘섬’이라는 혼자가 지닌 철저한 고독과 삶에 대한 연민입니다. 어린 시절, 육지와 떨어진 ‘섬’에서 자란 원시적 정서가 내재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늘 이방인처럼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다는 생각에 젖어들 때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뭍으로 나온 지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러한 이방인의 마음은 저를 관통하는 이미저리입니다.
Q :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나요? A : 삶 속에 산재한 작고 소외되고 아픈 것을 더 직시하면서, 세월이 가도 진부해지지 않고 신선한 감각을 유지하는 그런 시를 쓰고 싶습니다. 저의 시가 시인만의 리그가 되지 않도록 문학성과 대중성을 함께 겸비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늘 낯설게 보는 시선 안에서 유지된 역발상이 시의 원동력으로 가지를 뻗어나가길 소망하며 그 어떤 삶 앞에서도 겸허하기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강빛나 시인
5월 감자꽃을 생각하면 가난의 성장통이 쉽게 지나가고, 꽃이 피기 전에 유전을 자르면 실한 엉덩이처럼 꽃은 밭고랑을 꽉 채우고도 남았다 인간의 생각이란 어쩌면 중심보다 중심을 살짝 비껴가는 부푼 꽃 색이 좋아서, 복사열에 꽃잎이 느슨해지면 통나무다리를 세워 공중에 오르고, 고무대야에 앉아 물미끄럼 타는 생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땅을 밀고 올라오는 바지랑대에 눈길이 닿는 그녀와 나는 닮은 곳이 없지만 자른 감자 꽃대를 몇날며칠 식탁 위에 놓으면 꽃잎은 뭉게구름 벙글어지듯이 땅 한 평 빌려주고 일수 놓는 걸음으로 장마가 오가는 사이, 감자는 그녀를 꼭 닮아 버릴 데 없이 야물었다 잘라야 할 때, 딱 자르면 속 썩을 일이 없는 걸까 항상 오른쪽에 가방을 메고 같은 자세로 살아가는 그녀는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틀 시간이 없어 자르는 일도 구름 타듯 하지 그녀가 장터에 감자를 팔고 온 밤은 배추, 열무 모종을 생각하지 서른다섯 시간으로 쪼갠 하루지만 늘어진 여름 물돌이에 발을 담그고, 가끔은 육지 속의 섬을 자처해 보는 것 - 전문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인의 시 중 '흰수마자'를 소개합니다.
▲강빛나 시인
【약력】
【편집=이지우 기자】 <저작권자 ⓒ 포스트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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