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언제 시가 찾아왔나요?
Q : 시의 소재는 어디서 가져오며 시적 고민은 무엇인가요?
Q : 자신에게 위로가 되었던 시를 소개해 주세요.
돌다리
흐르는 생의 물살
▶ 슬픔이 가지런한 이혜민 시인의 시를 들여다 보아요
나를 깁다
거울 속에 꿈틀거리는
흑백으로 덧칠하는 색들 구름위에 떠 있는 그녀 날개짓의 흥분과 절규, 속 팬티에 붉은 꽃물이 드는
떠도는 하이에나의 울음소리가 들려 온다 물들의 발자국이 뒤 엉키는 금지된 오르가즘이 뜨거운 불꽃과 검은 뼈의 그림자
한장한장 그려서 슬라이드로 필름을 만들어 아낌없이 돌려주는 영사는 누가 만들었을까
모든 무의식을 재현해 내는 놀라운 편집력과 의식의 몸부림이
▷ 이혜민 시인의 시집 『나를 깁다』는 에로스와 타나토스 사이에서 길항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삶과 죽음을 서정성이 짙은 농도로 잘 드러내고 있다. 이혜민 시인에게 죽음은 ‘어긋난 마름질’이나 ‘물기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모노드라마’ 같은 것으로, ‘박제된 풍경’이고 ‘신이 베푼 잔인한 자비’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은 ‘비명의 다른 언어’들로부터 회피하거나 도주하지 않고 오히려 죽음의 경계에서 담대한 사유를 한다. ‘위험한 경계’를 넘나드는 에로스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밤마다 궁글리는 밤벌레’가 되어 펼치는 애정행위는 ‘새벽별을 밟으며 월담’을 하거나 ‘자궁 속에 숨어 몸을 부풀’리기도 한다. 이러한 이혜민 시인의 시적 확장은 “고추패설”에서 정점을 이루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혜민 시인은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길항하는 삶과 죽음을 통해, 본질적인 인간의 욕망을 ‘금서’를 읽듯이 재확인내고 있다. 여기서 이혜민이 견지하는 ‘금서’에 대한 시말은 곧 그 자신만의 ‘다른 언어’로 펼쳐낸 인간에 대한 원초적인 서정의 다른 행보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혜민 시인은 시의 오브제들이 도처에 수두룩하다. 삶과 시가 한 가족이다. 몇 년 전 겨울, 병원에서 임종을 맞게 하고 싶지 않다 던 그녀의 헌신으로 시어머니는 당신이 살던 집에서 평안히 가셨다. 하지만 친정어머니는 요양병원에서 눈을 감으셨다.
그 한 달의 간극이 시인에게는 어머니와 엄니를 기억하며 부르는 엘레지이다. 그 겨울의 쓸쓸함과 기일의 정서를 풀어 바람을 만들어 주는 시들이 절절하다.
『나를 깁다』시집이 독자들에게 오래도록 사랑 받기를 소망하며 인터뷰에 응해 주신 이혜민 시인께 감사드린다.
▲ 이혜민 시인
□ 경기도 여주에서 출생. □ 2003년 문학과 비평 신인상으로 등단. □ 전자책 시집 : 『봄봄 클럽』
【편집=이영자 기자】 <저작권자 ⓒ 포스트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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