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주름살 지우며 살고 싶다

백종선 소설가 미니소설집 <그녀의 새끼손가락>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1/01/18 [20:03]

영혼의 주름살 지우며 살고 싶다

백종선 소설가 미니소설집 <그녀의 새끼손가락>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1/01/18 [20:03]

 

  ▲ 백종선 소설가.                                                                                       © 포스트24

 

▶ 나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곳간 채우느라 별볼 틈 없이 바빴다. 너무 바빴다. 이마를 세워 하늘을 보지 못하고, 밤하늘의 별도 보지 못한 채 영혼의 주름살만 잔뜩 잡혔다. 딱 한번뿐인 아름다운 생, 영혼의 주름살 하나, 둘 지우며 살고 싶다는 백종선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Q : 그녀의 새끼손가락은 어떤 소설집입니까?

A : 소설가로 등단하기 전, 신문 잡지 방송 등 공모단체 등에서 입상한 산문들과 시대를 풍자하는 신작콩트를 원고지 30매 내외의 미니소설로 재구성한 짧은 소설집입니다. 세월 반 아픔 반 사는 동안, 돌 틈새 노랑꽃 같은 생명과 만나고 우연히 만난 소외된 이들과 아픔을 나눈 것도 하늘의 축복이었어요. 탐욕에 젖은 사람들의 이면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가끔 죽음에 대한 명상도 하고 때로 고독한 여행자가 되기도 하면서 흑백필름 시절 로맨틱한 연애에 대해 추억의 갈증을 풀어냈습니다.

 

Q : 소설 창작 활동은 어떻게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 매사에 호기심이 많고 탐험을 좋아합니다. 여행이나 독서, 등산, 영화, 음악, 우주천문 등을 통한 직접간접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록해둡니다. 사노라면 추억의 곳간에 들어있는 특별한 에피소드나 인물이 어느 날 반짝 기억의 창고에서 빛을 발할 때가 있어요. 그런 날 노트북 앞에 앉아 미친 듯이 쏟아냅니다. 개개인의 지난 역사를 반추해보고 사색에 잠기면 선물처럼 다가온 현재가 행복과 불행 사이를 오갑니다. 혼란의 시기를 거치고 난 후 미래의 미스터리에 상상력을 플러스하면 창작품이 탄생하는 거죠.

 

Q : 소설을 쓰는 작가정신이 궁금합니다.

A : 우선 자신을 위한 정서순화를 위해 글을 씁니다. 독자의 심장을 건드리는 작품은 서로 공감대를 이루며 따뜻하고 온전한 인간관계를 이룹니다. 독자들의 정서도 순화되고 자연스레 작가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적 기능을 하고 있는 셈이죠. 주로 사회병리학적인 소재로 심리소설을 창작하는데 흥미를 느낍니다. 한동안 페미니즘에 매달려 갈등하고 고민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페미니즘이란 인간적으로 존재가치를 누리면서 살고 싶은 거니까, 결국 작품에 등장하는 어떤 사건이던 휴머니즘에 바탕을 두고 창작합니다.

 

Q : <26편>의 미니소설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A : 26편의 작품마다 독특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문 열어주지 말랬잖아. ( 장애인 책 외판원의 애환기 ) 사랑의 띠 ( 소외된 일용직 근로자의 생존기 ) 바람의 발자국 ( 스스로 용감해지기 위해 몽골로 여행을 떠난 여진의 자리찾기 ) 몸의 시간 ( 모든 문화와 예술의 씨앗인 몸, 소중한 몸에 대해 새로운 감정을 느끼는 30후반의 노처녀와 노교수의 심리전 ) 십자매 로망스 ( 코비드19 시대를 살아가는 60대 부부의 낯선 사랑법 ) 그녀의 새끼손가락 ( 청춘시절, 오월의 여왕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가 뇌종양수술을 받고 하반신 마비가 된 채 스스로 이혼하고 홀로 신비를 치장한 불행한 그녀, 그녀에게 내 집으로 잘못 배달된 편지를 전해주며 맺어진 인연. 모성의 꿈틀거림으로 하나가 된 커피 한 잔의 추억과 함께 그 가을의 하루가 아름다운 노을처럼 번진다) 그 외, 금강산 세레나데, 반딧불이 화장실을 찾아라, 어떤 면회, 매우 특별한 경험 , 초희의 첫사랑, 죽을 때까지 춤을 추어라 등등 26편의 미니소설집이 낯설고도 추운 계절을 견디는 우리들에게 난롯가의 따스한 추억처럼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백종선 미니소설집 <그녀의 새끼손가락>.                                                    © 포스트24



▷ 짧은 소설은 콩트와는 다른 개념으로 소설문학으로서 완성도를 높이면서 읽는 재미와 더불어 완독성을 추구하는 작품이다. 백종선 소설가의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실린 26편의 소설은 작품마다 독창적인 소재와 구성으로 엮어 감동의 여운이 오래도록 앙금처럼 남는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일어남직한 사건들을 소재로 촘촘히 그물처럼 재미있게 구성하여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다가가 마음을 열게 한다. 이 소설집에는 다함 없는 모성애, 돌 틈새 노랑꽃 같은 사랑, 동화적인 알레고리로 감싸안은 세상의 그늘, 낭만적 에로스의 유혹, 고독한 여행자의 꿈, 죽음에 대한 명상, 생명과 사랑에 대한 갈구로 가득하다. 작가 백종선은 왜? 찰나의 틈새로 삶전체를 그려내려 했을까? 여름장마 뒤 장강대하 대신 강렬하지만 슬프도록 짧은 가을햇살로 인생과 세상을 말하려 했을까? 시처럼 잠언처럼 백 작가의 절제된 말들은 어찌 그리도 이 무딘 가슴을 녹이는가.

    - (김호운 소설가 소협이사장, 조규익 숭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 백종선 소설가

 

  【약력】

 □ 199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샘터의 달빛> 등단

 □ 2013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 사랑> (공저 )

 □ 소설집 <그 남자의 뱃속에는 개구리 알이 들어있다> <작품집 푸른 돛배가 뜬다>

 □ <그녀의 새끼손가락>

 □ 이메일 anns-33@hanmail.net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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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규 2021/01/21 [23:56] 수정 | 삭제
  • 멋진 소설가. 백종선 님과의 인터뷰 기사. 참 일목요연하게 작가의식과 작품들의 속살을 보여주셨군요. 더욱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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