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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버멘쉬의 시학

『블루홀』의 이정림 시인을 만나다.

연명지 기자 | 기사입력 2021/01/09 [17:31]

위버멘쉬의 시학

『블루홀』의 이정림 시인을 만나다.

연명지 기자 | 입력 : 2021/01/09 [17:31]

 

 ▲이정림 시인.                                                        © 포스트24

 

 

Q : 왜 시를 쓰게 되었는지요?

A : ‘항해 중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에 달려 있다’고 마르셀 프루스트는 말했습니다.

지난 시절 생과 사를 넘나들면서 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고 나자신을 돌아보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영감을 얻고 돌아보게 된 인생에 대하여 참회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Q : 내 시의 뮤즈는 무엇이가요?
A : 내 시의 뮤즈는 오늘 지금 나에게 주어진 순간입니다. 순간은 찰나이기도 하지요. 시간의 흐름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지만 흔적은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합니다.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진짜 세계인 이데아의 불완전한 모방일 뿐이며 진정한 지식은 이데아를 아는 것이라고 플라톤을 통해, 쇼펜하우어는 진정한 진리를 알려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세계를 넘어 세상의 본질을 추구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그리고 칸트에게서는 우리의 지식과 삶에 대한 태도는 외부세계에서 일방적으로 주어지거나 결정되지 않으며 주체인 인간의식과 태도에 따라 달라짐을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 자신 스스로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Q : 시의 소재는 어디서 가져오며 시적 고민은 무엇인가요?

A : 여행에서 얻는 자연(해, 달, 바다, 산, 노을, 그림자, 등) 그림, 사진, 음악, 책등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소재를 가져옵니다.

시적 고민은 한편의 시를 완성하기 위해서 고민하고 성찰을 거듭합니다. 제 자신 스스로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Q : 코로나 시대에 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요

A : 첫번째 시는 마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두번째 시는 위안을 주고 상상력과 이미지를 선물합니다.
    세번째 감동을 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네번째 인간 존재의 정체성을 알게 해줍니다.
    다섯째 세상과 소통해주는 다리 역할을 해줍니다.

 

▶첫시집 『블루홀』의 시를 소개합니다.

 

                    우중월정 雨中月精

 
          오대산 월정사 객방에 머물면
          물이 흐르고 비가 온다

          깨달음 얻으러
          오른 산행길
          근심이 떠나지 않은 날
          먹구름이
          나를 돌고
          너를 돌고

          계곡물 소리가 공중에서 내려온다
          근심이 멀어지고 나를 돌아보는 곳
          비를 깨달아 가고
          월정사 앞 오대천 물은
          나를 돌고
          너를 돌아

          오대산 월정사 객방에 머물면
          물이 흐르고 비가 온다

          산봉우리 사잇길마다
          안개가 연꽃처럼 피어오르고
          비를 깨닫는 오대산에
          흰구름이
          나를 돌고
          너를 돌고

          비는 나에게
          비는 너에게
          몸으로 스며들고

 

                    탄저 증후군

 

          장마가 오기 전 배수로를 손질한다
          받침대 묶어 약재를 뿌려준다
          온도를 맞춰주면
          물관을 지나
          매운 시선으로 올라온다
          기다림의 시간은
          슬퍼할 겨를 없이 올라오는 향기로
          매운 알싸함이 번져가고
          빗물을 들이킨다

          검은 물은
          몸안으로 스며들어
          열매가 열리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검은 반점은 암으로 번져가고
          매운 시선은 숨결을 좁혀준다

          무게를 더해 떠나지 않고 있다
          숨죽이던 시간들
          나를 따라 결핍으로
          잘려 나가는 가지들

          거부하지 못한 바람 앞에서
          저항을 선택했던 새싹은
          얼굴이 올라오고 귀가 열린다
          발을 내밀어 본다

          어둠으로 스며들던 시간
          부러진 가지 끝마다
          눈물이 맺히고
          혀끝을 감고 도는
          매운 알싸함이
          푸른 물을 수혈받는다

          장마가 물러간 자리 
          가지 꼭대기가 가렵다

 

 ▲ 이정림 시인 첫 시집.                                                        © 포스트24

 

▶ 이정림의 첫 시집 『블루홀』은 어둡고 부조리한 세계의 혼돈 속에서도 절망에 함몰되지 않고 ‘생에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펼치는 긍정의 자유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는 고통과 상처로 얼룩진 거대한 어둠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둠 속에서 시인이 나아가고 있는 곳은 허무나파멸의 길이 아니라 환하게 웃으며 고통과 어둠의 생을 끌어안는 긍정의 길이다.

이 시집은 “이것이 생이었던가! 좋다, 그렇다면 다시 한 번!” 이라는 니체 철학의 영원회귀가 그려내고 있는 ‘생의 긍정’의 시적 형상화라 할 수 있다.

「블루홀」은 적극적인 ‘생에의 의지’를 긍정의 자유 정신으로 추구하는 시인의 자의식을 그려 내고 있다. 시인으로서의 자의식, 곧 ‘시쓰기’에 대한 인식이 담겨있는 것이다.

호흡을 고르고 시의 심연으로 뛰어들 준비는 언제나 자이로드롭을 탄 듯 어지럽고 아찔하다. 어린 시절 환하게 웃으며 놀이터 시소의 움직임에 몸을 내맡기듯 시인은 시를 쓰는 것이다.

『블루홀』은 ‘생에의 의지’를 긍정의 자유 정신으로 구현해낸 시적 형상화라할 수 있다. 이정림의 첫 시집 『블루홀』은 강렬한 푸른빛의 매혹으로 다가오고 있다. “인간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고귀한 감정의 강도가 아니라 그것의 지속이다.”라는 니체의 말처럼 매일 성장하는 그의 ‘영혼의 푸른빛’이 오래도록 빛나기를 기대한다.

                 - 권경아(문학평론가)

 


▶이정림 시인은 상상력의 깊이와 넓이로 골짜기를 파고 들어 숲을 만들어 내는 시인이다. 시인의 시적 고민을 통해 우리는 시속에 숨겨진 정전기에 매혹 될 수 밖에 없다.
『블루홀』을 읽는 독자들이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시인의 시적 자작력 안에서 치유받고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 이정림 시인


  [약력]

 □ 편운 백일장 수상 (2015)
 □ 제33회 전국 마로니에 백일장 수상 (2015)
 □ 2016 [시현실] 등단
 □ 시집 : [블루홀] (2020)
 □ 저서 : [부모의 사춘기 공부](2019), [보물지도18](2019), [초보엄마 육아필살기](2019), [열살엄마 육아수업](2020)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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