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북 큐레이션

김단혜 수필읽기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01/04 [20:48]

홈 북 큐레이션

김단혜 수필읽기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1/01/04 [20:48]

     

  © 포스트24

 

                                             홈 북 큐레이션


                                                                                           김단혜 수필가


보라색 책이 꽂힌 책장 앞에 선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색깔별로 진열된 책장으로 간다. 빨강, 초록, 노랑, 검정, 흰색 오늘은 보라다. 보랏빛 책 냄새, 가을 내음을 깊게 들이킨다. 정신이 팽팽해진다. 코로나가 이어지며 제일 먼저 집안을 정리했다.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며 레이어드 홈, 다기능 공간이 되었다. 집을 카페처럼 혹은 홈 캠핑장으로 오피스로 홈 휘트니스처럼 집을 꾸미는 일이 대세다. 호텔 같은 집, 스마트홈트 마켓이 되기도 하고 영화관도 된다.


​신박한 정리가 시작되었다. 우선 책을 모두 꺼내 한쪽 벽면을 채웠다. 창이 난 한쪽 벽에는 낮은 책장을 놓고 책을 눕혀서 꽂았다. 그렇게 하니 두 벽을 채워졌다. 늘 방 하나 네 벽을 책으로 꽂는 상상을 하며 살았다. 언젠가 해 보고 싶은 일이었다. 사들인 책을 버리지 못한 나의 버릇은 늘 책을 짐처럼 끌고 다녔다. 마치 내 삶의 무게처럼 책이 나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언젠가 이 책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었다. 나머지 한쪽은 좋아하는 책 코너를 만들었다. 말하자면 홈 북 큐레이션이다. 책방을 돌며 사서 모은 책방에 관한 책이다.

 

2020년 서울국제도서전이 온라인으로 열렸다. 책방에 가고 싶으나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책방에 가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다. 발품을 팔며 열심히 독립 책방을 돌며 모은 책이다. <오늘도 무사>는 제주에서 책방을 하는 가수 요조의 책이다. 당인리 책발전소 부부 책방지기 김소영의 <진작할 걸 그랬어> 오상진<당신과 함께 라면 말이야>도 챙긴다. 용인의 북스테이겸 북카페 <생각을 담는 집>의 임후남 책방지기가 쓴 <시골 책방입니다> 제주에서 풀무질 책방을 하는 은종복의 <책방 풀무질>책방에 관한 책을 많이 쓴 구선아의 책은 <퇴근 후 동네책방> 이다. 역촌역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지기 윤성근의 책<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니은서점의 노명우 교수의 <이러다 잘 될지도 몰라> 속초에서 3대째 책방을 하는 동아서점 김영건 대표의 <당신에게 말을 건다> 금호동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책방지기의 <되찾은 시간> 사적인 서점의 정지혜 대표의 책, 진주 소소책방의 책방지기 조경국의 <소소책방, 책방일지> 일단 멈춤 송은정의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살 때도 행복했지만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 놓으니 책방을 돌아다닌 것처럼 뿌듯하다.


책방지기들의 책이라고 이름표도 달아준다. 옆에는 항아리 뚜껑에 단풍잎을 깔고 대봉을 가득 담는다. 제주 풀무질 은종복 부부와 찍은 사진을 올려놓는다. 국화 화분에서 잘 핀 가지를 꺾어 미니꽃병에 꽂는다. 작은 책방을 차린 기분이다. 홈 북큐레이션이 된 나의 하루는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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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단혜 수필가


 □ <한국작가> 2010년 수필등단 
 □ 야탑문학회 회장
 □ 성남문학상 수상 (2018년)
 □ 시집<괜찮아요, 당신> 책 리뷰집<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하여> 
 □ 수필집<빨간 사과를 베끼다> 
     vip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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