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불교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법계문학상을 수상한 이종숙 작가의 첫 소설집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1/01/04 [20:25]

세상에 불교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

법계문학상을 수상한 이종숙 작가의 첫 소설집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1/01/04 [20:25]

 ▲이종숙 소설가.                                                                                             © 포스트24

 

▶발표한 단편을 묶으며 스스로를 검열하듯 얼굴이 붉어지고, 글을 세상에 내놓으며 가슴이 두근거리고, 미열이 오른다는 이종숙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Q : <아 유 레디?>는 어떤 소설집입니까?

A : 발표했던 단편소설 8편을 묶은 것으로, 벗어나고 싶지만 차마 등 돌리고 떠날 수 없는 다양한 가족의 서사를 보여줍니다. 누군가에게는 모른 척 도망쳐버리고 싶고 누군가에게는 끝없는 돌봄 노동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이들 앞에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 이혼한 부부, 실직한 가장, 학비를 걱정하는 대학생이 있습니다. 누가 더 낫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가족이란 서로 마주보며 손잡고 살다 보면 따뜻한 위로와 보살핌의 온기를 확인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라 믿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Q : 소설 창작 활동은 어떻게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소재가 되지만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관계’입니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이어가거나 혹은 단절하는지가 우리 삶을 이루는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삶 요소요소에 얽혀있는 관계 속에서 주고받은 말, 행동, 눈빛, 마주침의 한순간 등을 떠올리고 곱씹으며 배경과 인물과 사건, 소설적 구성을 완성해 갑니다.

 

Q : 소설을 쓰는 작가정신이 궁금합니다.

A : 작가정신이라는 말이 매우 거창하게 느껴집니다만 제가 쓴 소설이 누군가의 공감을 얻고 삶의 한 귀퉁이에서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씁니다. 제 자신이 한창 예민했던 청소년기에 가질 수 없고 만질 수 없고 즐길 수 없던 것들을 소설을 읽으며 대리만족할 수 있었고 그것이 위로였다고 생각합니다. 일상과 너무 멀지 않아 삶과 분리되지 않는, 내가 그렇듯 당신도 그렇군요, 라는 수용과 긍정이 바탕이 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Q : 불교문학에 관심이 많으신데 불교문학에 대해 얘기 좀 해주세요.

A : ‘세상에 불교적이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말은 부처의 가르침이 세상에서 말하는 옳은 가르침과 일치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소설은 세상의 부정한 면을 극대화시키는 것으로 갈등을 제시하고 해결하려 하지만, 불교문학은 그것을 웃도는 맑고 깨끗한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어 문제를 해결하려 고민합니다. 그 때문에 어떤 사람은 착한 소설, 착한 인물이 재미없고 교훈적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이야기를 다루는 작가의 미숙함에서 비롯된 것이지 불교소설(문학)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오염된 물을 마시지 않아도 맑은 본성으로 그 오염 정도를 가늠하고 또 다른 샘물을 찾아나서는 것, 그것이 불교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아 유 레디?』 이종숙 소설집.                                        © 포스트24

 

▶지금-여기,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아 유 레디?』에는 8편의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가 들어 있다. 일본의 한 영화감독은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갖다 버리고 싶은 존재들 그것이 바로 가족이다.”라고 고백했다. 죽어가는 할머니, 괴팍한 아버지, 상심에 빠진 어머니, 자해를 거듭하는 동생, 치매를 앓는 어머니, 사고뭉치 남편 등 이들은 각각의 ‘나’들에게 생의 고통을 선사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작품 속 ‘나’들은 이들을 연민으로 감싸며 보살핀다. 보살핌은 사랑의 마음이다. 유례없는 팬데믹 세상에서 우리의 일상은 춥다. 몸보다는 마음이 추운 시대, 이런 때일수록 세계는 이해와 공감, 위안과 배려, 연대와 희생과 같은 따뜻한 단어를 요청한다. 작가는 이 단편집을 통해 생에 대한 포용력을 폭넓게 보여준다. 어떤 것의 끝은 다른 것의 시작이며, 모든 것에는 그 이면이 있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따뜻한 위로와 보살핌의 온기가 있는 이 한 권의 책을 추천한다.

                         - (강숙영 평론가)

 

 

  

    ▲이종숙 소설가

 

 □ 2013년 단편소설 「모크샤」가 《불교문예》 신인상.

 □ 장편소설 『푸른 별의 노래』

 □ 소설집 『아 유 레디?』, 인문학 여행기 『오늘은 경주』가 있다.

 □ 법계문학상 수상, 2020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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