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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으로 가자

『가을나무의 수첩』 전현배 시인을 만나다

연명지 기자 | 기사입력 2020/12/19 [13:09]

그 섬으로 가자

『가을나무의 수첩』 전현배 시인을 만나다

연명지 기자 | 입력 : 2020/12/19 [13:09]

  ▲ 전현배 시인.                                                                                     © 포스트24

 

▶『가을나무의 수첩』 전현배 시인을 만났다. 그는 긴 밤 새워가며 원고지 석장을 메우는 진솔한 시인이다. 길거리에 뒹굴고 있는 돌들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돌들이 하는 이야기를 둘어주며, 멋지게 노래를 불러주는 음유 시인이다. 스스로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미소가 넉넉한 분이다. 물길따라 바람따라 거닐며 먹돌하나 꽃이 될 날을 기다리는, 시인의 그 섬으로 떠나본다.   

 

Q: 시의 뮤즈는 무엇인가요?
A: 콕 집어 내세울 영감을 주는 존재는 없으나 모든 사물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해야 할 것 같군요. 그동안 자아성찰을 돌아보았다면 요즈음은 소외된 이웃과 삶에 지친 민초들에게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Q:시의 소재는 어디서 가져오며 시적 고민은 무엇인가?
A: 대상을 놓고 시를 쓴 경우는 많지 않고 어떤 계기가 있어 영감이 떠오를 때 구상하게 됩니다. 시적 고민은, 문학적 소양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초로에 늦깎이로 시 공부를 하다 보니 무딘 감성에 기억력까지 감퇴되어 좋은 글을 읽으면 머릿속에 남아서 창작의 자양분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Q:코로나 시대에 시가 어떤 역할을 하는가?
A: 글쎄요. 전대미문의 질병이 창궐하여 세계가 앓고 있으니 피폐해진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담당해야겠지요? 요즈음 문인들이 관련하여 작품을 많이 내놓고 있으니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요.

 

                                                  

  ▲ 전현배 시인의 시집.                                                                                © 포스트24



                    낙엽

 

          푸른 날이 겹겹이 쌓여
          붉은 꽃을 피웠다

          안개에 젖어도
          폭우가 쏟아져도
          땡볕이 달구어도 버텨 낸

          아름답게 돌아가고 싶은
          봄의 꿈
          뜨거운 핏방울로 피워 올린

          시간의 무게 짊어지고 
          떨어진다

          찬란하게 빛나는
          소멸이다

 

 

 

                    억새의 노래

 

          칼바람이 불면 바짝 엎드렸다가
          그 꼬리를 잡고 일어서는
          생애를 살았습니다

          아쉬운 하루가 저물고
          저문 날은 쌓이고 쌓여
          빗줄기에 후줄근히 젖어도

          연둣빛 생살을 열어
          짜디짠 색채로 채워가며
          오직 하늘을 우러러 살았습니다

          보송보송하던 솜털 다 떨구고
          허리 꺾인 지금은
          지난 가을도 그리운 노래입니다

 

 

▶ 전현배 시인의 서정의 판타지아 속에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녹아 있다. 순수 의지와 잊을 수 없는 추억과 사랑, 거기다가 삶을 바라보는 여유 속에서 태어나는 해학과 사회를 바라보는 역사의식, 유쾌한 풍자가 살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서정의 판타지아는 전현배 시인의 큰 스케일을 웅변해 주는 것으로서 그가 지닌 시의 폭과 깊이가 앞으로 이 땅에서 더욱 눈부신 꽃을 피워 주게 되리라 믿는다.
          -정성수 시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전현배 시인의 시 속에는 아내 사랑의 애틋한 마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그것들은 마치 부끄러운 마음을 숨기듯이, 우리가 소년시절 학교에서 소풍 갔을 때 중요 행사로 진행하던 보물찾기 하듯이 숨겨져 있어서 얼른 눈에 띄지는 않지만, 전현배 시인의 인간미를 찾아보는 감동이 마치 고향 바다의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온다. 석원재 라는 그의 아호에서 보듯이 고향 마을의 돌담들, 울퉁불퉁하고 꼬불꼬불 불안해 보이면서도 잘 무너지지 않는 그 은근한 인간미처럼 전현배 시인의 시편들은 우리의 마음을 푸근하게 해 주는 이상한 힘이 있다.
         -김창완 시인


 

▶전현배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작은 풀꽃들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잠 깨어 창문을 열어보면 창밖에서 풀꽃들과 놀고 있는 시인의 등이 따뜻하다. 산새들 노래와 자연의 소리를 모아 시를 짓는 전현배 시인의 시가 코로나 시대에 시민들에게 위로와 공감이 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  (인터뷰=연명지 기자)

 

 

  

   ▲ 전현배 시인

 

 【약력】

 □ 2008년 「문학마을」 등단
 □ 시집 <그 섬으로 가자> <가을나무의 수첩> 등
 □ 성남문학상 수상
 □ 한국문인협회·국제PEN한국본부 회원
 □ 계간문예 작가회 이사

 

 

 【편집= 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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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길 2020/12/22 [03:53] 수정 | 삭제
  • 축하드립니다! 돌에 생명을 불어 넣어 다시 살게하는 정신이 시심을 낳게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돌이 늙지않듯이 시인은 늙지 않고 영원한 빛이 되십니다.^^*
  • 율리안나 2020/12/21 [10:26] 수정 | 삭제
  • 구르고 꺽이고 밀리면서도 꿋꿋이 버뎌내는 자연의 섭리를 시인의 마음으로 그려내는 서정은 연륜이 빚어낸 보석이 아닐까요
  • 풀하우스 2020/12/20 [21:28] 수정 | 삭제
  • 시가 코로나 시대에 메마른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듯하네요~ 앞으로도 좋은 시 많이 부탁드립니다~^^
  • 한정희 2020/12/20 [17:23] 수정 | 삭제
  • 다시 피워낼 봄을 위해 찬란하게 지는 낙엽이 고귀합니다
  • 2020/12/20 [13:43] 수정 | 삭제
  • 오래도록 좋은 작품 많이 쓰시기 바랍니다
  • 해윤 2020/12/20 [13:27] 수정 | 삭제
  • 축하드리고, 앞으로도 좋은 시 부탁드립니다.^^
  • 백헌 2020/12/20 [09:40] 수정 | 삭제
  • 아름다운 그 섬으로 함께 가실까요?
  • 석원재 2020/12/19 [22:41] 수정 | 삭제
  • 연 선생님, 기사 떳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미흡한 시 잘 소개해주어 고맙습니다
  • 박인신 2020/12/19 [22:31] 수정 | 삭제
  • 축하합니다.
  • 이채희 2020/12/19 [22:28] 수정 | 삭제
  • 인터뷰 기사가 실렸군요. 축하합니다. '억새의 노래'가 나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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