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고 가장 오래된 주제』중「 행방불명」

수필 읽기, (조재은 수팔가) (10)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0/12/12 [19:14]

『새롭고 가장 오래된 주제』중「 행방불명」

수필 읽기, (조재은 수팔가) (10)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0/12/12 [19:14]

                                                  행방불명

 

                                       」                                                                      조재은 수필가

 

 

파이프 그림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다.

 

  ▲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쓰여 있는 '르네 마그르트' 작품.                          © 포스트24


초현실적인 환상의 세계를 그리는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이다. 그는 현대미술 역사에서 가장 심오한 수수께끼를 던진 화가지만, 미술가라는 타이틀보다 생각하는 사람이기를 고집한다. 전통적인 경계를 뛰어 넘으려는 시도를 하며, 실재하지 않는 현실을 묘사한다. 르네 마그리트는 상상속의 장면과 생각 깊은 곳에 묻혀있는 것을 꺼내어 화폭에 옮긴다.


‘그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현실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을 넘어서도록 강요한다. 비트겐슈타인이 이미 지적하였듯이 언어란 현실의 그림이 아니라 많은 용도를 지닌 도구이기 때문에 재현의 방법은 관습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림에서처럼 파이프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도 불려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기 이름을 지을 때 똑같은 아기를 영희라고 지을 수도 있고 순이라고 지을 수도 있는 것과 같이, 이 작품의 제목도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지어진 것이다.

 

철학서와 『마그리트』에 있던 이론이 현실로 다가온 일이 있어 잠시 혼란스러웠다.
내가 아닌 조재은을 찾는 전화가 왔다. “조재은씨 계세요.” “네, 접니다.” “부산에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있지요. 그 문제 때문에 전화 했는데요.” “부산에 부동산 없어요.” “조재은씨 맞아요?” “네 맞아요.” “부산에…” 비슷한 대화가 6개월 동안 반복되고 앵쪽 모두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2주 후에는 다른 사람에게서 전화가 오고, 한 달 후에는 같은 목소리가 조재은이 맞느냐며 또 확인을 한다. 이름이 서류에 분명히 있는데, 그렇다면 당신은 행방불명 된 것이냐고 답답한 듯 묻는다. 난감했다. 처음 한두 번은 부동산 소개소에서 잘 확인해보면 밝혀지겠지 했는데 전화가 거듭되어 걸려오자, 나는 망상에 빠졌다.


혹시 나도 모르는 숨겨진 유산이 있나. 결혼 전에 알던 어느 사람이 내 이름으로 부동산을 사놓고 죽었나. 아니면 어머니가 아버지를 속이고 다른 남자와? 가끔 형제들과 다르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으니까…. 곧 드러날 사실인데도 잠시 상상에 빠졌다. 거울을 보았다. 얼굴 여기저기서 언니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고 한 형제인 것을 확인한다.
짧은 동안의 망상에 실소를 한다. 부산에 있는 부동산중개소에서는, 내가 말 못할 사연이 있어 거짓말을 하는 줄 알고 있다.
이 사건은 평범한 일상에 던져진 돌이 되었고, 의문의 파문은 동심원이 되어 넓게 퍼졌다. 부산에서 찾는 나와 분당에 사는 나. 그 조재은과 이 조재은이라는 단순한 지시 대명사로 구별 되어 질 수 있는가.


나쁜 이미지가 떠오르는 이름을 가진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학교에 다니는 동안 이름 때문에 놀림과 오해를 많이 받았는데 졸업을 하고 사회로 나오며 계명을 했다. 학교 친구들은 계속 어릴 적 이름을 부르고 회사에서는 바뀐 이름을 부른다. 이름은 둘이지만 그 친구는 우리에게 여전히 같은 한 사람일 뿐이다.
한문으로 내 이름은 在恩이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며 살라고 부모님이 지어 주셨지만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그 이름의 뜻대로 산 기억이 별로 없다. 사람들이 나를 잘못 호칭 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저런 이름을 붙여보아도 내게 꼭 맞는 이름이 아니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을 한 장소에 모아 놓으면 수십 명, 수백 명이 된다. 이름이 같다는 것 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다. 그러나 한마디 이름을 불렀을 때는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칭한다고 확신한다.
어느 사람, 어떤 사물의 정확한 명명命名은 실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이름은 수많은 것의 명칭이기도 하고, 때로는 어느 것도 정확하게 지칭하지 못하기도 한다.
부산에서 찾는 나는 이름으로만 존재하고 실재는 없는 사람이고, 분당에서는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의 뜻대로 존재하는 나도 없다.


행방불명 된 것은 무엇인가.

 

  ▲ 조재은 수필가의 에세이집.                                                                      © 포스트24

                                

 ▶「행방불명」은 『새롭고 가장 오래된 주제』 조재은 수필가의 에세이 중 한편이다. 

 

 

 

 

 

 

   ▲ 조재은 수필가

 

 

 [약력]

 □ 이메일: cj7752@hanmail.net

 □ 전) 『현대수필』 주간, 편집장, 『월간문학』 편집위원, 한국펜클럽 이사
     현) 『현대수필』자문위원 『에세이포레』 편집위원
 □ 작품집 <시선과 울림>200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하늘이 넒은 곳> <삶, 지금은 상영 중>  <에세이 모노드라마>

     <새롭고 가장 오래된 주제> 

 □ 구름카페문학상', '일신수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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