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 시평 (19)

권순자 시인, '어머니는 가자미를 낳는 입술이었다'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11/12 [18:33]

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 시평 (19)

권순자 시인, '어머니는 가자미를 낳는 입술이었다'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1/11/12 [18:33]

                           

  © 포스트24

 

                   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 시평 (19), 권순자 시인 

 

                            어머니는 가자미를 낳는 입술이었다 

                                        - 「가자미 후생」 일부분

 

하늘은 바다에 비유되고 허공을 헤엄치는 어머니는 가자미와 장미꽃에 비유되는 중첩 비유형식을 지닌다. 가자미와 장미꽃이 특별히 관련성이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불편한 잠’이라는 내용은 ‘가자미 후생’이라는 제목과의 은유적 관련을 맺고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어머니의 삶은 가자미처럼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장미 역시 불편한 잠을 잔다. 둘은 내용적인 면에서 유사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두 대상이 서로 중첩되면서 은유적 소여(所與)가 주어진다. 시인은 장미가 붉은 무늬를 지으며 서쪽으로 가는 통증의 시간과 죽음의 시간을 보면서 어머니의 삶을 대입한다. 가자미가 물의 압력을 견디며 일생을 살아가듯, 어머니의 삶 또한 멸치가 대를 이어 건너가야 하는 무거운 띠처럼(「멸치 떼」)평생 삶의 중압감에 시달리며 살아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에 대한 환유는 ‘곡선’, ‘달콤함’, ‘쓰디쓴’, ‘허공에 헤엄치는’, ‘파도’, ‘무지개’ 등이다. “어머니는 곡선이었고/달콤하였고/어머니는 쓰디쓴 가자미였다” 그리고 “어머니는 가자미를 낳는 입술이었다” 실은 어머니의 몸은 쓰디쓴 고생으로 등이 휘어졌고, 마음은 잠깐의 기쁨과 고통으로 가자미처럼 하늘에 붉게 헤엄친다. 결국 몸과 마음은 어머니의 삶을 대신하는 은유이자 ‘쓰디쓴’ 어머니의 몸(입술)을 대신하는 환유이기도 하다. 이 시는 자연스러운 시선이 공간적인 이동 경로를 따라 옮겨가므로 환유적 연접을 나타낸다. 또한 시인은 모성을 통해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지점, 자신이 모자라는 결핍의 지점을 ‘어머니의 입술’을 통해 절대적 의식 안에 서로 조화시켜 하나로 융합하는 내면성의 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바다가 터전인 어머니는 외로운 딸에게 집착한다. 시인은 이런 어머니로부터 벗어나고자 탈주를 꿈꾼다.(「유목시대」) 그녀는 날마다 가출하고 귀가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를 찾아 골목과 산길과 덤불 속을 휘저으며” 다니는 애인들(어머니와 타자)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그보다 시인이 가출하고 싶었던 간절한 이유는 세계를 향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길이 나를 불렀고 나를 유혹했으며, 그 길 밖에서 전해진 세상의 소문들이 길을 이어주고, 길은 호기심 어린 시인을 멈추지 않게 길 위에 또 다른 길이 이어져 갔다. 시인에게 길로 상징되는 삶의 연속성은 자신과 타자에 의해 유혹당한다. 왜냐하면 세계는 늘 새로운 이야기가 넘쳐났고, 길에서 길을 잇는 새로운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가 시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상력 속에는 세계의 신비 즉 무지개 너머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권순자 시인의 시에서 미적 감각과 정감적인 소재는 집과 집 주변의 타자이다. 집은 유년 시절 자아 욕구에 대한 인식을 회복하는 공간이고, 집 주변 타자는 혼자 있는 자신에게 외로운 마음을 감싸주고 어루만져주는 애정 가득한 존재이다. 어린 날 시인은 “시퍼런 꿈이 가늘고 여리게 쟁여져 가는 것을 보면서”, “햇살에 하얗게 지느러미를 철썩이”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 집이 어린 자신에게 자아욕구를 회복해 주었고, 집 주변 타자들이 “물안개를 끌어올려/귀까지 흥건히 젖”게 하는 것처럼 고독한 마음을 감싸주었다. 「당신과 머물던 섬에도 비 내리고 있을까요」 시 제목에서 드러나듯 그녀의 삶 속에 집 주변 타자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깊은가를 알 수 있다. 

 

      불면의 밤

      비 내리는 사방이 촉촉이 젖어들고 있어요

 

      당신과 머물던 섬에도 비 내리고 있을까요

 

      당신의 음성이 물안개를 끌어올려

      제 귀까지 흥건히 젖어가요

 

      내게는 당신이 섬이죠

      

      날마다 물결치며 다가가

      해안선을 공유허지요

 

      나는 당신을 맴돌며 출렁이는 물결이에요

      곁에서 나른하게 쉬고 싶은

      애틋한 기억이에요

                           -「당신과 머물던 섬에도 비 내리고 있을까요」 전문

 

“섬”은 고향집과 당신이 머물던 자리를 대신하는 환유다. 섬에서 내리는 빗소리 또한 소리의 유사성으로 당신의 음성과 연결된다. 결국 그 소리가 물안개를 끌어올려 시인의 귀까지 젖어 드는 전이가 발생한다. 다시 말해 시인은 유년기에 좋아했던 당신의 음성을 현재 듣고 있는 빗소리에 그대로 투영한다. 이런 부분에서 그리움의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시인은 ‘당신’을 섬이라고 부르고, 자신이 물결 철썩이며 다가가는 파도라서 당신과 해안선을 함께 공유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해안선’은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천상계와 지상계가 경계를 이루는 곳이다. 결국 이 시는 나와 당신의 근접성으로서 편안하게 쉬고 싶은 애틋한 기억을 가지게 된다. 이 시에서 환유는 ‘비 내리는 섬’=‘당신의 음성’=‘빗소리‘=‘해안선’이라는 은유와 결합해 있다. ‘비 내리는 섬’과 ‘당신의 음성’, 둘을 연결해주는 ‘해안선’은 소리라는 연상의 관계에 놓여 있음으로 이 시의 환유는 연접에 해당한다.

 

위에서 보듯 시인은 고향집과 그 주변 타자들을 그리워하고 애틋해 하는 포즈를 취한다. 한 예로 그녀의 시에는 집 천장의 쥐들이 소재로 등장한다. 시인은 시에서 “같은 공간을 나누어 차지하고/ 밤마다 식구들과 툭탁거리면서/아웅다웅할 거라는 것을/ 저리도 살갑게 시끄럽게 소문내는구나”(「쥐들의 저녁」)라고 읊조린다. 이처럼 시인은 집과 집 주변 타자에 대한 그리움을 쥐를 통해 표현한 것이다. 이때 대상과 자아와의 시점의 거리는 짧다. 하지만 시인은 외부적 대상인 쥐와의 거리를 좁혀서라도 유년기 외로웠던 자아 욕구에 대한 인식을 구체적으로 회복하고 싶은 것이다. 

 

권순자 시인의 고향에 관한 시, 바다와 어머니에 관한 소재는 긴장과 갈등을 유지하는 반면에 집과 집주변 타자에 관한 소재는 시점의 거리를 좁힐 만큼 애정 관계를 드러내며 정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감정들은 현실 속에서 고향에 대한 애증과 애정이 때로는 느슨하고 때로는 갈등 속에 놓여 있어 자신을 고통과 그리움에 출렁거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긴장감은 시인을 객관적이고 이지적으로, 정이라는 느슨함은 시인을 주관적이고 사변적인 경향으로 흘러가게 하기 때문이다. 이런 두 대상이 합해진 비유적 수사는 유사성이나 동일성으로 결합하고, 서로 다른 사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차이성은 시적 표현을 갈등으로 끌어낸다. 이런 점으로 봐서 그녀의 시에서 고향은 바다와 어머니, 집과 집주변 타자라는 소재적 차원을  통해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자아와 세계가 서로 맞물리고 갈등함으로써 권순자 시인만의 외부적 인식과 미의식을 만들어 낸 것이다.  

 

〔권순자 시인 약력:〕

□ 1986년 『포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2003년 『심상』 등단, 

□ 시집 『바다로 간 사내』,  『우목횟집』,  『청춘 고래』 외 6권이 있다 

□ 시선집 『애인이 기다리는 저녁』, 영역시집 『Mother’s Dawn(『검은 늪』)영역』, 

□ 수필집 『사랑해요 고등어 씨』 

□ 이메일:lake479@hanmail.net

 

 

 



 

 

 

 

 

 

 

 

  ▲권영옥 시인, 문학평론가

 

 [권영옥 약력: 시인, 문학평론가]

 

□ 경북 안동 출생,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문학박사)

□ 저서 『한국현대시와 타자윤리 탐구』, 『구상 시의 타자윤리 연구』

□ 시집 『청빛 환상』, 『계란에 그린 삽화』 , 『모르는 영역』

□ 전) 상지대, 아주대 외래교수, 현재) 『두레문학』 편집인, 문예비평지 『창』편집위원

□ <두레문학상>수상

□ 이메일 : dlagkwn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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