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렵한 감각이 우아하게 착지한 손바닥소설

무수한 찰나의 표정을 밝히는 심아진의 짧은 소설 <무관심 연습>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11/04 [07:48]

날렵한 감각이 우아하게 착지한 손바닥소설

무수한 찰나의 표정을 밝히는 심아진의 짧은 소설 <무관심 연습>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11/04 [07:48]

  ▲ 심아진 소설가.                                                                                         © 포스트24

 

▶작가는 아직도 혁명을 꿈꾼다. 젊어서라거나 지나치게 철이 없어서는 아닐 것이다. 혁명은 바깥이 아니라 안을 대상으로 하니까. 언제나 자신을 전복시키는 게 유일한 목표니까. 그래서 요즈음 무관심을 연습하고 있다는 심아진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무관심 연습 심아진 소설집.                                            © 포스트24



Q : <무관심 연습>은 어떤 소설인가요?

A : 서양에서 흔히 flash fiction, mini fiction, microfiction 등으로 불리고 국내에서는 초단편, 엽편, 스마트소설 등으로 불리는 짧으면서도 문학적 미학을 담보한 소설이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와 더불어 새로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런 소설들은 흔히 시대성, 전달력, 간결성, 파편성, 신속성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무관심 연습>은 무겁고 깊은 주제를 소소한 일상에 녹여, 쉽게 읽히지만 오래 여운이 남을 수 있는 짧은 소설들 28편을 선별해 묶은 것입니다. 짧은 소설의 매력에 빠진 건 보르헤스를 읽으면서부터였고 이후 므로제크, 헤밍웨이, 체호프 등의 일부 작품을 접하면서 긴 이야기로는 구현 불가능한 강렬한 감동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무관심 연습>에서는 나를 헐겁게 포함한 우리, 즉 인간 군상 전체와 관련한 큰 세상을 압축적 이미지로 재현하고자 했습니다.

 

Q :  소설 창작 활동은 어떻게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 소설이 가진 여러 의미 중 제가 끊임없이 새김질하는 건 두 가지입니다. 우선 ‘작은 이야기’라는 부분입니다. 평범한 생활 속 한 장면이, 전쟁도 되고 평화도 되고 삶도 죽음도 모두 될 수 있습니다. 가까이 있는 내 삶을 통해 멀리 있는 타인의 삶을 경험하고 나아가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문학의 가장 중요한 면면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집중하는 건 ‘새로움’입니다. 의미의 새로움을 위해서는 구양수의 삼다, 즉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형식의 새로움이 제게는 가장 큰 도전이요 사실 은밀한 즐거움입니다. 전에 썼던 것과 다른 형식, 기묘한 형식, 하늘 아래 정말 처음일 것 같은 형식을 찾고자 항상 노력합니다.

 

Q :  소설을 쓰는 작가정신이 궁금합니다.

A : [무관심 연습] 중 “결전”이라는 소설이 제 생각을 대변합니다. 작가의 말에도 썼지만 무엇보다 ‘나’를 전복하려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미숙한 나, 편협한 나, 이기적인 나, 사랑할 줄 모르는 나 등 저 혼자 은밀히 알고 있는 창피한 ‘나’를 극복하고 싶습니다. 나를 이기지도 못했는데 어찌 남을 위하고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요? [무관심 연습]에 나온 모든 소설은 나를 죽이고 남을 더 많이 품어보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나를 포함한 사람들 모두가 어찌 사는지, 어떤 아픔이 있는지, 어떻게 기뻐하는지, 왜 슬퍼하는지를 관찰하고 기록하다 보면 품 넓은 문학에 도달하리라 생각합니다.

 

▶ 무어라 할까? 소설? 동화? 우화? 미니픽션? 결국 ‘짧은 소설’이라 해서 ‘짧은’을 강조하기는 했으나 그 속뜻은 ‘응축 서사’나 ‘사이 서사’쯤 되지 않을까 싶다. 이건 이 책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실은 작가 심아진의 작품 자체가 이런 면이 없잖다. 허름한 땅에서 발굴해낸 고고학 유물을 부드럽고도 단호한 붓질로 밝혀가듯, 현실을 형성하는 관계의 내면을 이러저러한 세필들로 직조해 ‘진정한 현실’로 재현하는 그런 작풍, 그 곁가지 붓들이 지표에 가닿아 ‘리좀(Rhyzome)’으로 따로따로 증식 중인 듯한……. 흥미롭지만 웃음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끝없는 ‘질문쟁이 서사’들 -박덕규(소설가, 문학평론가)

 

 

▶ 내게 무관심하면, 의도적으로 나를 외면하면 우리를 위한 공간이 분명 더 생기리라 믿는다. 나를 포함한 우리이니만큼 별반 손해 볼 것도 없다. 그래서 계속 무관심을 연습할 생각이다. 사소한 나, 나, 나를 잠시만 묶어두면 더 큰 나, 자유로운 나, 혁명에 성공한 나를 만날 수 있으리라는 심아진 소설가의 무관심 혁명을 응원합니다.

 

 

 

 

    

        ▲심아진 소설가

 

   [약력]

 □ 1999년「차 마시는 시간을 위하여」([21세기 문학])로 등단

 □ 2020년「가벼운 인사」(동아일보신춘문예 동화)로 등단

 □ 소설『숨을 쉬다』,『그만, 뛰어내리다』,『여우』,『어쩌면, 진심입니다』,『무관심 연습』 출간

 

 

  【 편집=이지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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