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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티 입고 가는 길』

성백원 시인의 4번째 시집

이지우 기자 | 기사입력 2020/10/31 [22:46]

『싼티 입고 가는 길』

성백원 시인의 4번째 시집

이지우 기자 | 입력 : 2020/10/31 [22:46]

 ▲ 성백원 시인.                                                                                           © 포스트24

 

▶ '산성문학'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성백원 시인을 만나 시집을 받았다. 책장을 넘기니 “평범한 일상의 소리에 숨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을 했다”는 시인의 말처럼 성백원 시는 담백했다. 또한 우리의 일상이 묻어나는 시마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편 한편의 시는 시인의 삶과 철학이 진솔하게 묻어났다. 오랫만에 좋은 시를 선보여 주신 성백원 시인께 감사드린다.

네 번째 시집 『싼티 입고 가는 길』 출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시 두 편을 소개한다.

 

 ▲ 성백원 시인의 네번째 시집 '싼티 입고 가는 길'.                    © 포스트24



                     「싼티 입고 가는 길」

 

                    싼티 입고 가는 길은

                    산티아고를 가는 길이다

                    잠든 빛의 빗장을 재끼며

                    싼티를 걸치고 길을 나선다

                    검은 그림자들 발걸음이 재재 바르다

                    달래도 달래도 갈색으로 울어대는

                    가을의 가벼움을 만나러 가는 길

                    그늘이 되어주지 못한 지난여름은

                    후회스런 상처로 남았다

                    오래된 농부가 밭의 끝을 쳐다보지 않듯이

                    이끼 낀 고목은 발끝에 눈동자를 두고 고행을 시작한다

                    성근 이파리 사이로 기어드는 햇살이

                    창끝에서 하얗게 빛나는 거리에서

                    바람의 방향으로 실타래를 풀며

                    한 걸음 한 걸음 벼랑의 끝을 걸어간다

                    하얀 스토커는 피곤의 강도를 키우지만

                    별의 조각과 깨물린 달의 냄새로

                    근육의 에너지를 태우는 길

                    밥그릇의 절박한 투정을 넘어

                    늦가을 숲의 소름을 보듬는 일이다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나

                    순례의 밀어를 찾아내는 길이다

                    싼티입고 걷는 것은

                    또 하나의 싼티아고로 가는 길이다

 

 

 

                      「낙엽을 쓸며」

 

                   찬바람이 놀러 온 아스팔트로

                   가을 햇살이 나붓하게 내려앉을 때

                   나뭇잎들이 가볍게 떨어져 뒹굴고 있습니다

                   나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들을 쓸어냅니다

                   누구나 제 뜻과 같지 않은 일에

                   자신을 스스로 가두는 적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가끔 고뇌 없는 길을 걷는 나를 봅니다

                   낙엽을 쓸 때마다 파도 소리가 납니다

                   그들을 따라서 내 마음의 때도 쓸려갑니다

                   어리석은 지난날이 쓸려갑니다

                   한참을 정신없이 등이 축축해지는 줄 모르고 씁니다

                   거리는 민낮으로 빛나고 있지만

                   비워 낸 마음의 한편에서 그리움이 싹트고

                   그 빈자리에 당신이 찾아왔습니다

                   가을을 사랑하는 당신의 노래가

                   낙엽을 쓰는 내내 귓속에 파도 소리가 됩니다

                   그렇게 가을이 오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무작정 낙엽을 쓸다 가는

                   당신에 대한 기억마저 쓸려가는 건 아닌지

                   낙엽을 쓰는 내내 온몸이 젖었습니다

                   낙엽을 밀어내며 온 맘이 울었습니다

 

▶순환적 시간은 우주 질서로 표명되는 시간과 인간 삶의 질서로 표명되는 시간이 각각의 리듬에 따라 순환하는 과정이다. 시 쓰기는 마치 우주 질서의 시침과 인간 삶의 분침이 각각 제 시간을 향해 순환하는 과정으로서의 주제 찾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주체는 끊임없이 부수고 생성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이는 곧 영원히 고정되지 않는 실재 찾기의 몸부림이다.

이처럼 성백원 시인의 시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가을, 겨울, 봄, 여름으로 순환하는 시간 속에서 마주치는 일상에 대한 사유와 성찰이다. 즉 우주질서의 순환이라는 대전제 안에서 겹쳐지는 삶을 통해 새로운 실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서의 주체 찾기다. 성백원 시인의 시 읽기는 자연이라는 우주적 시간과 개인의 삶이 어떻게 비워졌다가 다기 생성되는가를 텍스트를 통해 분석해 보는 작업이다.

                                                         -조용숙 (시인)-

 

 

  ▲성백원 시인.                                                                                         © 포스트24



 ◇ 시인의 말 ◇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던 해에 세 번째 시집을 묶고 11년이란 세월을 보내고 나서 또 하나의 부끄러운 점을 찍습니다.

그 사이에 삶의 변화가 참 많았습니다.

30여 년 머물던 학교를 명퇴했습니다.

부모님이 주막도 없는 먼 길로 떠났습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외손자가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몸을 쓰는 현장에서

사랑하던 나무와 꽃도 원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부질없는 욕망의 나락에 떨어져 허우적거리는 삶을 부러워하기보다는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즐거움을 얻었습니다.

이제야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겠습니다.

                                                          -이하생략-

 

 

               

  
    ▲ 성백원 시인

 

 【약력】

 □ 충북 영동 출생

 □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회원

 □ 오산문인협회5,10대 회장 역임

 □ 수원시 인문학자문위원회 위원장

 □ 경기문학상 작품상, 경기시인상, 방촌문학상, 한국예총공로상, 옥조근정훈장 수상

 □ 시집 『내일을 위한 변명』, 『형님 바람꽃 졌지요』, 『아름다운 고집』, 『싼티 입고 가는 길』

  E-mail_omany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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