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버리는 것

김단혜 수필 읽기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10/08 [09:13]

글쓰기는 버리는 것

김단혜 수필 읽기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1/10/08 [09:13]

      

  ▲김단혜 수필집.                                                                                        © 포스트24

 


                                                    글쓰기는 버리는 것

 

                                                                                                                 김딘혜 수필가

 

글쓰기는 독립선언이다. 아무와도 닮지 않은 자신이 되겠다는 것이다. 삶, 그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한 발짝 빠져나오는 것이다. 나는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어떤 작가를 닮고 싶은 것일까? 살생의 이를 가진 허기진 늑대처럼 탐욕과 욕망을 감추고 밤마다 양을 찾아 어슬렁거리며 순한 양의 피비린내로 밤을 지새운다.

 

새벽이면 습관처럼 컴퓨터 앞으로 다가간다. 일단 컴에 앉으면 어젯밤에 쓰다 남은 원고를 펼쳐보리라 마음먹으면서도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게 그것이다. 숙제가 싫은 학생처럼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남들은 어떻게 쓰나. 기운을 다 소진하고 나서야 비로소 내 글 속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쓰려던 에너지가 분산되어 새벽 공기 속으로 흩어진다. 블로그 서로 이웃이기도 한 그녀는 지난 수개월 ′동서문학상′ 공모를 준비했다.′동서문학상′은 동서커피문학상의 다른 이름이다. 여성작가 등용문의 로망으로 대상은 부상이 상금 천만 원이다. 공모 마감인 10월 8일을 눈앞에 두고 돌연 공모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다. 가슴속에 무언가 폭발해서 글을 써야 하는데 그런 간절함이 없다는 것이 이유다. 나는 그런 간절함이 있는 것일까?

 

내 나이와 이름, 고집과 습관을 버리고 욕심도 내려놓고 새로운 글을 쓸 마음의 준비를 한 적이 있는가? 물 위를 걷는 시퍼런 나와 뜨거운 나를 끌어안으며 출렁거리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는가? 동서문학상을 필사하다 폴더를 연다. ‘바지랑대는 먼 하늘과 나를 연결하는 단 하나의 길이었다.’로 시작하는 지난해 입상작을 필사하던 것을 지운다. 글쓰기는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느냐 에서 나오는 것이다.

 

하나의 사건을 두고 그것을 반영해서 나오는 것이 글이 아니다. 내 삶의 방식이 비속하거나 감상적으로 흐르는 혹은 나르시시즘적으로 표현하는 일상 언어, 일상의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언어가 만들어 내는 삶의 의식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진정한 작가가 되려면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자신을 사랑해야겠지. 계절이 바뀌고 있다. 내 글쓰기도 계절처럼 바꿔 탈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 어쩌면 무서운 것은 진정으로 살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생의 기미를 안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했던 시인처럼 나는 기미를 알 수 있을까? 말이 기미지 그게 얼마나 큰 것인지…….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는 기미를 나는 만날 수 있을까?

이 가을, 나는 두 가지를 준비한다.

​버리는 것. 그리고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것

 

 

 




 

 

 

 

 

  ▲김단혜  수필가

 

 【약력】

 □ <한국작가> 2010년 수필등단 
 □ 야탑문학회 회장
 □ 성남문학상 수상 (2018년)
 □ 시집<괜찮아요, 당신> 책 리뷰집<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하여> 
 □ 수필집<빨간 사과를 베끼다> 
     vip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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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숙 2021/10/08 [14:49] 수정 | 삭제
  •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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