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김남권 시인을 만나다

연명지 기자 | 기사입력 2021/09/19 [23:41]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김남권 시인을 만나다

연명지 기자 | 입력 : 2021/09/19 [23:41]

  ▲ 김남권 시집.                                                                                          © 포스트24

 

▶나비를 통해서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동안 시가 태어나고, 나비가 남긴 밥을 먹는 김남권 시인은 담장 너머에 있는 독자에게 친절한 시인이다. 처음부터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해 버리고, 먼저 던져버린 언어를 따라가는 시인은 꽃과 별을 사랑하는 자연주의 시인이다. 키작은 제비꽃과 나비를 통해 시인을 통과한 이 시집이 담장을 넘고 바다를 건너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기를 바래본다.

 

Q : 『나비가 남긴 밥을 먹다』 시집을 지배하는 정서는 무엇인가요             

A : 그리움입니다. 태생적인 외로움이 평생을 동행하면서 몸속에 체화되어 꽃, 별, 나비로 수평 이동하여 시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가 나비가 되고 화전민으로 소작농으로 한 맺힌 생을 살다 간 아버지가 별이 되고, 생의 소중한 순간이 꽃으로 피어나는 순간을 숨은 의미로 담았습니다.  제 자신이 오래 머무르고 싶은 순간의 기억속에는 항상 꽃 별 나비가 동행하고 있었기에 이번 시집속엔 오랫동안 가슴속에서 풀어내지 못한 그리움의 흔적들이 소환되어 사랑하는것들에 대한 못다한 화해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Q : 김남권 시인의 시가 시작되는 지점은 어디인가요

A : 천형적인 외로움입니다. 어느날부턴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 타협할 수 없는 묵은 외로움이 시를 쓰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땅 한 평 없는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땅 한 평 없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한번도 제대로 된 가족을 갖지 못한 채 방치되고 버려진 시간들이 나를 끌고 왔습니다.  그런 시간의 흔적들이 모여서 나라는 시의 따옴표가 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 시집속의 시 한 편

 

     무지개를 한 입 깨물었더니 물비린내가 났다

     수 십 년 동안 날 따라온 달처럼 고향의 물고기들이

     몰려와 숨을 쉬고 있나 보다

     늙은 물고기들은 나비가 되었는지

     공중에 빨주노초파남보 다리를 놓고

     깔깔깔 웃는 소리 들렸다

 

     무지개를 한 입 깨물었더니 꽃 비린내가 났다

     수 억 년 동안 날  따라온 별처럼 우주의

     물고기들이 몰려와 숨을 쉬고 있나 보다

     어린 물고기들은 애벌레가 되었는지

     산 위에 북두칠성 다리를 놓고

     까르륵 웃는 소리 들렸다

 

 

     젊은 엄마의 가슴에서 나던 그 냄새

     어머니가 별이 되던 날 밤

     하얗게 날아 오르던 나비를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나비 냄새」 전문

 

 

 

▶김남권 시인의 대표시 2편을 소개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머문 자리마다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손길이 머문 자리마다

     이파리가 돋아 납니다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당신의 함박웃음소리에

     꽃망울이 터지고

     당신의 해맑은 미소에

     꽃잎들 눈인사합니다

     당신과 함께 온 이 봄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소금꽃

                                                                     

     소금은 음식의 시작이자 끝이다

     겉절이 하나에도 어머니는 허투루 소금을 치지 않았다

     배추를 찬 물에서 헹구는 동안에도

     하얀 소금 한 바가지는 부뚜막의 가장 신성한 곳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척, 처어억~

     잡귀를 물리치는 손사래가 지나간 자리마다

     편안하게 숨을 거두고 있는 배추 이파리,

     누군가의 가슴 속에 새겨지지 않으면

     맛이 나지 않는 다는 것을...

 

     어머니의 삼우제가 끝나고

     유산문제로 멱살잡이를 하다 분이 덜 풀린 채로

     벌컥벌컥 병나발 소주를 들이켜던 순간,

     홧김에 집어든 김치 한 조각을 우적 우적

     씹던 누나가 갑자기 ‘엄마, 엄마아~’를 부르며

     통곡하던 순간 알게 되었다

     이제 다시는 어머니의 손맛을 볼 수 없다는 것을,

     어머니가 끼니때마다 소금으로 간을 하며

     그놈의 성질 좀 죽이라고 했던 이유를,

 

     평생을 자식들 입안을 맴돌다가

     마지막 순간 천일염 한 줌으로

     길을 떠나신 어머니의 유산이 녹고 있다

     단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처억척’ 숨이 죽을 때

     나도 비로소 누군가의 이름이 되는 것이다 

   

▷김남권 시인은 꽃과 별과 나비의 시인이다. 그의 시에는 제비꽃과 자목련과 수련이 있고 달빛호접란이 있다. 형이상의 꽃별과 사랑꽃과 비꽃이 있다. 나비가 있고 황제나비가 있으며 배추횐나비가 있다. 별과 별빛도 여러 가지 문장으로 변주되며 빛난다. 이런 꽃과 나비와 별은 평면적 비유나 생태적 상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람과 나비와 별과 꽃이 우주적 순환과 윤회와 환생으로 입체화된다. 이 모든 체화된 입체적 상상력의 근원은 유년에 두어야 한다. 앞산 부엉이 울음과 실개천의 가재, 산토끼와 고라니와 멧돼지와 뱀과 함께 보낸 유년. 밤마다 쏟아지는 달빛과 별빛을 받고 자란 자연의 세례자인 그는, 이제 낮과 꽃과 나뭇잎과 막 돋아난 풀잎에서 별을 보는 견자가 되었다. 이 내면의 견자인 김남권 시인은 만물동원과 만물동근의 상상력이 천부적으로 체화된, 내가 아는 한 유일한 시인이다.

                      -공광규(시인)   

 

 

 



 

 

 

 

 

 

 

김남권 약력】

 □ 월간 시문학 등단

 □ 한국시문학문인회 차기회장

 □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출강

 □ 수상: 이어도문학상 대상,  강원아동문학상 수상,  KBS창작동요대회 노랫말 우수상

 □ 계간 문예감성 편집주간

 □ 시집 당신이 따뜻해서 봄이 왔습니다 외8권

 □ 동시집 1도 모르면서 외1권

 □ 시낭송 이론서 마음치유 시낭송 외2권   

 □ 이메일: kng211@hanmail.net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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