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의 주범은 바로 너

이지우 기자 | 기사입력 2020/10/04 [20:00]

스트레스의 주범은 바로 너

이지우 기자 | 입력 : 2020/10/04 [20:00]

                                         스트레스의 주범은 바로 너 
 

                                                                                                       김단혜 수필가

 

 

명절에 형제가 만나는 게 과연 즐거운 일인가?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도 누구 하나 좋은 소리, 행복한 웃음, 덕담을 나누는 걸 본 지 오래다. 그야말로 무늬만 형제고 가족이다. 서로 비교와 경쟁 혹은, 과시의 미묘한 분위기는 금이 간 유리잔 같다. 어렵게 사는 친척을 무시하고 꺼낸 이야기 또 꺼낸다. 불경기가 이어지고 부익부 빈익빈이 양분화되면서 더 심해진 건 가족갈등이다. 시한폭탄처럼 긴장되는 대화에서 때론 함께 앉아 있는 게 바늘방석이다. 누군가 한 마디에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현실감 없는 걱정이나 충고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우린 사실 누군가를 위로할 여유도 위로받을 마음의 공간도 없다. 살얼음판처럼 아슬아슬해서 작은 일에 감정이 폭발한다. 몸과 맘이 피곤하고 손님맞이로 스트레스가 쌓이는 명절이면 마음 쉴 곳이 없어 작은 불씨가 큰 문제로 발전한다.

지난 명절 A 씨 형제들은 어머니 집에 모였다. 이런저런 이야기 중에 시어머니를 대하는 형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과상에 있던 술병으로 형수의 머리 부위에 날렸다. 이를 본 형수의 아들인 조카가 말렸다. 이때 A는 조카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때려 특수상해 등으로 기소되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30년 결혼생활을 하면서 꼭 한 번 명절에 시댁에 안 간 적이 있다. 막내라 늘 존재감 드러내지 않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되는 자리였는데 힘에 부쳤다. 막내가 고3이고 내게도 갱년기가 왔다. 온 가족이 모인 자리에서 해사시하게 웃고 싶지 않았다. 그냥 혼자 푹 쉬고 싶었다. 제일 무서운 건 사실 호랑이 시어머니도 종갓집 종손인 시아주버니도 아니고 바로 남편이다. 남편이 내 편이 되어주어야 맘 편하게 안 갈 수 있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어 겁이 났지만, 남편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이번 명절에는 안 가고 싶다고 하자 그러면 이번에는 쉬라고 했다. 만약 남편이 안 된다고 했으면 아마 그래도 안 갔을 것이다. 그때 정말 고마웠다. 내가 절실할 때 내 편이 되어주는 것. 사실 이런 아주 사소한 일 때문에 함께 사는 것이다. 백번 내 편이 되어주는 것보다 필요할 때 한 방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그게 고마워서 또 99번을 묵묵히 하는 것이다.

 

이번 명절에도 쿨하게 마음먹고 하나부터 열까지 명절 준비 다 하고 손님맞이하고 손님 보내고 다했다. 그런데 터진 건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명절 뒤치다꺼리에 허리가 빠질 정도로 아파서 일어나지도 못하고 겨우 컴퓨터에 앉은 내게 물 달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물 주기 싫다.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대사가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다.

′아갈머리를 콱 ∼.′

손이 없는 것도 아니고 물 한 잔 떠다 먹을 수 있지. 3박 5일 동안 일한 아내를 마지막 한 번까지 시켜 먹어야 속이 시원하냐고 싸움이 걸고 싶다. 머리를 콕 쥐어박고 싶다.

′물 1L를 머리에서 발 끝까지 부어버릴까?′

물 한 잔을 들고 남편에게 간다.

 

 

 

 

  

   ▲ 김단혜 수필가


 □ <한국작가> 2010년 수필등단
 □ 야탑문학회 회장
 □ 성남문학상 수상 (2018년)
 □ 시집<괜찮아요, 당신> 책 리뷰집<들여다본다는 것에 대하여> 
 □ 수필집<빨간 사과를 베끼다> 
      vip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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