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넓고 큰 바다에 맑은 날이 며칠이나 되겠는가

삶의 세밀화, 소설가 유경숙의 산문집 <세상, 그물코의 비밀>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9/18 [21:20]

세상사, 넓고 큰 바다에 맑은 날이 며칠이나 되겠는가

삶의 세밀화, 소설가 유경숙의 산문집 <세상, 그물코의 비밀>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09/18 [21:20]

  ▲ 유경숙 소설가.                                                                                          © 포스트24

 

▶ 맑고 흐린 세상 탓을 하기보다 자신이 결정한 삶의 방향을 거침없이 탐색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세상의 모든 사물과 생물에는 그것만이 지닌 세밀화가 숨겨져 있다고 말하는 유경숙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유경숙 소설가의 산문집.                     © 포스트24

 

Q : <세상, 그물코의 비밀 >산문집은 어떤 책인가요?

A :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풍진 세상살이에 깨지고 터지며 그때마다 현장을 기록한 잡스러운 글을 묶은 것이지요. 제 책을 광고하기는 좀 쑥스러워, 칼럼니스트 조용헌 선생 말씀으로 대신코저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풍파를 겪지 않을 수야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 풍파를 겪더라도 너끈히 견딜 수 있는 힘의 비밀을 제시한다. 그 힘은 풍파가 나에게 닥치지 않기를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닥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 그 정신적 공간을 확보해놓는 것.”이라고, 응원해 주셨지요. 제 삶 절반의 안내자는 여행이었고 책이었습니다. 인류의 발자취를 좇아 신화와 역사 현장을 돌며 한 토막씩 건져 올린 반거충이의 고백서를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했고, 그것을 묶었습니다.

 

Q : 창작활동은 어떻게 하는지 듣고 싶습니다.

A : 세계 시민 모두가 코로나에 갇혀 형벌을 살아내는 팬데믹시대에 저는 의외로 적응 잘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은 골방에 틀어박히는 것이 몸에 배어, 몇 개월 수형은 암시랑토 않게 살아냅니다. 제 관심 분야가 워낙 엉뚱해서 이것저것 공부하다, 그 속에서 어떤 소재가 걸려들기도 하고 어휘 하나에 꽂히기도 합니다. 꽂힌 것이 계속 머릿속에서 떠올라 작품으로 연결되기도 하지요. 최근까지, 고고학과 미술사에 꽂혀 아직도 그 안에 갇힌 상태입니다. 다른 작가들과 차별화된 소재를 찾기 위해 저는 현대문명 이전의 유적지를 뒤지며 편린(片鱗)들을 모으지요. 책상에 앉아 쓰는 시간보다 여행 중 낯선 것을 봤을 때나 아니면 고전을 읽다가 구상이 떠오르기도 하고 얼개가 짜져 문장이 툭 튀어나오기도 하지요. 저 역시, ‘사회적인 풍경 속을 걸어가는 한 방랑자일 뿐’이니까요.

 

Q : 다음 작품에 대해 얘기 좀 해 주세요.

A : 지금 쓰고 있는 작품은 연작소설입니다. <봉인된 시간>1,2,3,를 단편으로 쓰고 있지요. 고고학에 관련된 얘깁니다. 알타이에 있는 동굴벽화를 소재로 한 편씩 연작합니다. 인간의 먼먼 조상 격인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가 맨 처음 도구를 손에 쥐고 과연 어떤 행동을 했을까, 추론해보는 소설입니다. 독수리에게 새끼를 빼앗기는(그 시기엔 인간이 사냥감이 됨) 그림을 가정해놓고, 그 슬픔을 도구로 ‘의식적이고 목적지향적’인 행위를 표현하는 것이지요. 희미하고도 아득한 실마리를 부여해서, 이것이 예술의 첫 탄생이라고, 뻥(사기)을 치는 얘기를 엮고 있습니다. 연작 단편들을 완성해 묶으면 장편 하나가 될 것 같네요.

 

▶ 보길도에 가보고 싶습니다, 그가 살았던 섬에. 세상사 접어 두고 그만의 작은 천국 세연정(洗然亭)에 홀로 앉아 시(詩) 한 수 읊고 나서 탁주 한잔 들이키며 무희들의 춤사위에 흠뻑 취해 살았다던 그곳에. 고산(孤山) 윤선도를 만나러 가보고 싶다는 유경숙 소설가의 말을 들으면 기자도 남도 바다 보길도에 취하고 싶다.

 

 

 

  

  ▲ 유경숙 소설가

 

[약력]

 □창작집으로 『청어남자』 『백수광부의 침묵』이 있으며 엽편소설집

    『베를린 지하철역의 백수광부』와 산문집으로 『세상, 그물코의 비밀』 있다.

 □국제문학단체 “한국 카잔자키스 친구들 모임” 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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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란 2020/09/19 [07:55] 수정 | 삭제
  • 이 가을에 딱 어울리는 책, [세상, 그물코의 비밀] ! 작가님의 너른 시선과 독특한 문체를 즐거이 감상했던 기억이 난다. 다음작도 손꼽아 기다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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