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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의 마지막 선물, 송주성 소설가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08/19 [20:33]

장모님의 마지막 선물, 송주성 소설가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1/08/19 [20:33]

    ▲ 송주성 소설가의 장편소설.                                  © 포스트24

 

          장모님의 마지막 선물

 

유월 중순 일요일 저녁 아내님이 전화를 받고 서글피 운다. 갑작스럽게 장모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였다. 딸 둘과 함께 부랴부랴 전남 무안으로 차를 달려 밤 열한시 즈음 장례식장에 도착해 차가운 마지막 장모님 얼굴을 뵈었다. 

살아있는 분처럼 뽀얀 얼굴이 백동백처럼 숭고하다. 젊은 날은 고왔을 얼굴, 팔십구 년을 사시고도 오로지 자식 사랑의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어머니 얼굴이다.

평생 효도 한번 못한 외동사위 마음 무거워 올해는 문학상 시상식에 꼭 한번 모시고 싶었는데 조금 서둘러 하늘로 가셨다. 영전 앞에 앉아 홀로 밤새 시 한 수 읊었다.

 

 

          장모님 

                                          송주성 

 

     한가위 낮달 뜨면 

     허연 머릿결 매만져 

     수건에 감추고 널찍한 밭마다 하고 

     집 앞 텃밭에 앉아 

     건성건성 호미를 부리신다

     연신 찻길을 바라보시며 

     멀리 찻소리만 들려도 

     번쩍번쩍 일어나시길 수차례 

     검정 승용차 밭가에 멈추면 

     호미 내평개치고 맨발로 뛰어나오시며 

     아이고 아이고 우리 새끼들 왔는갑다 

     워매 송 서방 왔는가아 

     내려오느라 고생했네 안 내려와도 괜찮은디 

     힘들게 뭣하러 왔당가 

     한밤중에 굴 까러 썰물 따라 가신 장모님 

     주전자 가득 채우려고 

     밀물에 치맛자락 적시고 돌아오신다

     산낙지 보리새우는

     팔딱팔딱 뛸 때 먹어야 제맛이라며

     부랴부랴 싱싱한 무안바다 밥상 차리고

     외동사위 무얼 잘 먹나 지켜보시는 장모님

     다음 날 아침밥상 차리시면 

     장인어른 손 빌려 쌀자루 싣고 

     마늘 양파 고춧가루 참기름...

     보따리 차 가득 실으신다 

     떠나는 차를 붙들고 

     비닐봉지에 과일 송편 담아주시며 

     송 서방 미안하네 차린 것이 없어...

     설에는 홍어 항아리에 삭여 놓을 테니 

     꼭 내려오게

     외동딸 태운 차 동네어귀 돌아서면 

     머리에 두른 수건으로 눈물 훔치며 

     돌아서는 갈퀴손 장모님 

     고이 잠드소서

 

장모님을 하늘로 보내드리고 서울로 올라오는 차에서 통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설가 팔 년 차 두문불출하고 어느 애경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는데 친구와 지인들이 보낸 부의금이 소설 책 한 권 출간할 만큼 큰 돈이 들어와 있었다. 제1회 무예소설문학상 최우수상 <국궁> 출간을 경제적 사정으로 미루고 있었는데 장모님의 마지막 선물이라 하자 아내님이 소설책 출간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또 눈물을 흘린다. 

 



 

 

 

 

 

 

 

 

 ▲ 송주성  소설가

 

 〔약력〕

 □ 2014년 제1회 금샘문학상 단편 <금샘>대상 수상 작품활동 시작

 □ 2018년 제6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 2019년 제1회 무예소설문학상 최우수상 

 □ 저서 : 2018 장편소설 <직지 대모>

             2021 장편소설 <국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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