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어긋남의 희생양이 된 인물들의 사연을 담다

우리 시대 가족의 증언! 이서진 소설가 <당신의 허공>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9/05 [21:46]

삶에서 어긋남의 희생양이 된 인물들의 사연을 담다

우리 시대 가족의 증언! 이서진 소설가 <당신의 허공>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09/05 [21:46]

 

▲ 이서진 소설가.                                                                                            © 포스트24

 

▶가족이라는 관계 속에서 짓물러져 피폐해진 영혼들의 상처를 소환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하다. 그것을 감정에 관한 추상어가 아니라 감정을 담아내는 구체적인 현실과 장면을 몽타주 하는 남다른 능력을 지닌 이서진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 이서진 소설.                              © 포스트24

 

Q : 『당신의 허공』소설집 출간 동기가 있나요?

A : 사람들의 삶에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는 아픔이 화두가 되었다. 긴밀한 관계에서의 죽음, 제도와 사회적 분리의 내침, 가족 간의 교통 부재, 생물학적 장애의 금기 등 인생의 ‘어긋남’으로, 혹독한 결핍과 좌절의 스러짐을 겪어야 하는 이들의 궤적을 풀어내고 싶었다. 그렇게나마 뒤틀린 고단함에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랐다.

 

Q : 중편소설〈당신의 허공〉줄거리가 궁금합니다.

A : 자경은 분단접경지역인 고향에서 아버지의 임종을 맞는다. 그 공간에는 식구들의 오랜 세월 파생된 골 깊은 갈등이 있다. 평생을 실향과 이산, 두고 온 약혼자에 대한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아버지와, 남편을 향한 애증으로 고통스러워했던 어머니 사이에서 자경은 아픔을 삭이며 성장했다. 그런 부모에 대한 반발로 주변의 만류에도 강행한 결혼생활마저 시가의 빚 치다꺼리며 불임으로 순탄하지 않다. 국가 이데올로기에서 비롯한 전쟁의 상흔으로 영원히 교통할 수 없는 한 가족의 핍진한 불행이 웅크리고 있다.

 

Q : 소설 창작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A : 이 세상의 존재들은 함께 살아간다. 그 속에서 나는 각자마다의 목소리나 몸짓에 색을 입히며 글을 쓰는 자다. 무엇보다 흔들리는 존재들 삶의 주름에 공감, 공명하며 더께 앉은 상흔에 치유의 안온함이 머물기 바란다. 그들의 이름이 제대로 호명되어 고유해지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 평형의 추를 중심에 두고 귀기울이며 바라보고 기록한다.

 

Q : 차기작 작품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A : 1500년 전 백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장편소설이다. 삶이라는 역사에서 전체 속 부분이면서 부분으로써 고유한 존재 부각의 발걸음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그 시기에 관한 정치, 사회, 문화, 예술, 환경, 인접한 타국과의 연계 등 여러 자료를 수집해서 공부 중인데, 워낙 오래전 시기라 세세한 심층적 고증 자료가 더 필요하다. 곧 작품 속 인물들과 상황이 맞춤한 공간에서 제 위치를 정립하여 생생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삶에서 예기치 않게 맞닥뜨리는 수많은 어긋남을 생각한다. 그로 인해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참혹한 스러짐도 있었을 테다. 그건 지독한 결핍이 되고 이루어질 수 없을 간절한 향망으로만 떠돌지 모른다. <당신의 허공> 소설집은 그렇듯 쓰러져버린 이들을 소환했다. 긴밀한 관계에서의 죽음 때문에, 혈연이 아니기에 받아야 하는 제도와 사회적 분리의 내침 때문에 또는 풀어내지 못한 갈등으로 영원히 교통할 수 없기 때문에, 생물학적 장애로 다르다고 금기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사정이 타인에게는 제 손에 박힌 가시보다 못할 남의 일이라 일별되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주저앉은 폐허일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쓰며 아린 마음을 다독여야 했다. 감정을 누르려고 키보드에서 움직이던 손을 놓고 자주 창밖의 먼 곳을 바라보았다. 시선을 돌리면 모니터의 커서는 계속 써나가라고 깜박이며 재촉했다. 이야기를 마치고 나서도 그들을 향한 안쓰러움의 강도는 덜하지 않다. 그래도 참담하고 쓸쓸한 궤적들을 풀어내 줄 수 있어 다행한 일이다. 이렇게나마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란다며 <당신의 허공> 소설집에 그들의 어긋난 삶을 아프게 부려놓고 귀한 시간을 쪼개 인터뷰에 응해준 이서진 소설가에게 감사드립니다.

 

 

 

 

 

 

  ▲ 이서진 소설가

 

 [약력]

 □ 2006년 『문학마당』신인상에 「해당화 피고 지는」당선, 작품 활동을 시작.

 □ 2007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중편소설 「동행」 당선

 □ 2011 김만중문학상 중편소설 「빨간눈이새」 수상

 □ 2018 원주문학상 중편소설 「그림자정원」수상

 □ 저서: 『달의 뒤편에 드리운 시간들』 , 『낯선 틈』 , 『당신의 허공』 소설집 출간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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