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백년 중 50년을 골즙 빼며 소설귀신으로 살았다

김지연 소설가 등단 50주년기념 단편 선집 <山가시내>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8/24 [21:05]

인생 백년 중 50년을 골즙 빼며 소설귀신으로 살았다

김지연 소설가 등단 50주년기념 단편 선집 <山가시내>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08/24 [21:05]

  ▲ 김지연 소설가.                                                                                        © 포스트24

 

▶백년 인생에 한 가지 일에만 매달려 반백년을 살았다면 혹여 미련하고 우직스러웠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 번뿐인 소중한 삶을 최소한 두세 등분으로 나누어 또 다른 일을 섭렵하고 나름 만족하며 여한 없는 삶을 보낸 이를 성공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인지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업종에 백년을 완벽하게 투신하고도 끝내 쾌감을 얻지 못하는 인생도, 의중에 꽉 찬 또 다른 꿈을 백년이 짧아 한으로 품고 스러지는 인생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각자에게 주어진 억만금 같은 단 한번의 삶을, 욕심 없이 생명을 유지할 만큼만 일을 하다 행복한 마음으로 생을 마감하는 또 다른 많은 보통 인생들처럼, 지극히 주관적인 문제이며 평가이지 싶다.

 

새삼 거론함은, 한 가지 업종으로 50년을 넘어 살아오면서 전기한 어느 쪽에 자신을 세워볼 것인가 생각해보다가 떠올려본 상념이다. 어떤 삶 쪽으로도 자신을 통째로 밀어 앉히기엔 해당이 되는 듯 아닌 듯하여 더 깊은 사유와 성찰이 필요하겠지만, 그러나 다만 50년이란 세월에 점을 한 번 찍고 싶었다. 벌어먹느라 평생 현장을 뛰면서 거기다 골수에 들러붙은 글귀신을 붙잡고 50여 년을 골즙 빼며 살아온 지난 삶이 소중해서다.

 

  © 포스트24

 

단편 선집 『山가시내』에는 ‘야생’, ‘생명’, ‘인생’,‘죽음’과 같은 주제로 엮은 주옥같은 단편 24편이 실렸다. 글귀신을 붙잡고 50여년을 살아온 저자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단편들은 치밀한 구조와 원시적인 색채가 짙은 토착적인 언어로 그려진 초기의 단편, 지리산에서 도시로 배경을 옮긴 후부터의 부도덕적이고 반인간적 행위를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다룬 중기의 단편,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노인의 절망적인 삶의 고통과 생명의 존엄성 문제를 다룬 후기의 단편들을 싣고 있다. 독자들은 이 단편 선집의 작품을 통해 소설읽기의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포스트24

 

작가 김지연은 초기에는 ‘원초적 관능’ 혹은 ‘자연 속의 관능’ 문제를 집요하게 탐색했지만, 후기에 와서 그는 정확하고 날카로운 리얼리스트의 ‘펜’을 쥐고 시간과 장소를 달리하여 병원을 배경으로 흑색병동, 시험관 아기 및 임종 환자들의 장기 이식 문제를 둘러싼 윤리적 문제를 그 어느 누구보다도 예리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의 소설세계는 이렇게 전후기로 나누어 분리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파시즘적인 에로스와 기계적인 생명과학이 인간가치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비극적 현상을 자연주의적 차원에서 고발하는 주제로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은 어느 작품을 읽어도 자연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과의 치열한 갈등으로 인한 황폐한 풍경들을 발견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일생을 두고 탐색한 ‘선과 악’으로 구성된 자연의 힘을 인간적 원리로 결합해서 변형 또는 승화시키지 못하면 무질서하고 파괴적인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태동(문학평론가·서강대 명예교수)의 <추천사 중에서>

 

 

 

   

   ▲ 김지연 소설가

 

 [약력]

 □ 196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

 □ 1968년 『현대문학』소설 추천 완료.

 □ 작품집 : 중, 단편집 『산가시내』, 『산정』, 『산죽』, 『산막의 영물』, 『불임여자』, 『어머니의 고리』, 『아버지의 장기』, 『명줄』, 『인생』, 『내 살점』, 『절벽가슴』.

 □ 장편소설 : 『산 울음』, 『산배암』, 『돌개바람』, 『씨톨』(전3권), 『야생의 숲』, 『촌남자』, 『고리』, 『흑색병동』, 『히포크라테스의 연가』, 『욕망의 늪』, 『살구나무 숲에 트는 바람』, 『생명의 늪』(전2권), 『논개』(전3권).

 □ 산문집 : 『배추뿌리』, 『생의 부초가 되기 싫거든』. 꽁트집 『잘난 남자』.

 □ 수상 : 한국소설문학상, 펜문학상, 월탄문학상, 한국문학상, 류주현문학상, 손소희문학상, 채만식문학상, 성균관문학상 수상.

 □ 경력 : 전)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현) 서울시 은평문화원 원장.

 

 [편집=이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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