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의 사과, 『사과처럼 앉아있어』

'세잔, 아뜰리에 탐방', 연명지 시인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0/08/14 [00:14]

세잔의 사과, 『사과처럼 앉아있어』

'세잔, 아뜰리에 탐방', 연명지 시인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0/08/14 [00:14]

                                          

                                    세잔의 사과, '사과처럼 앉아있어'

 

                                                                                                              연명지 시인

Paul Cezanne은 현대 회화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19세기 후반 프랑스의 후기인상파 화가다.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로 태어나 부모의 뜻에 따라 법학 공부를 하다가 화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세잔은 루브르 박물관을 드나들며 대가들의 정물화를 보고 따라 그리면서 연습을 했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 과거 정물화와는 다른 정물화를 창조했다. 세잔의 정물화 속 사과는 형태를 철저히 분석하여 그린 완전한 오브제였다. 에밀 졸라의 도움으로 인상파 화가들과 교류하면서 그의 개성적인 화풍을 다듬어, 후기인상파 중 가장 뛰어난 인물로 꼽힌다.

 

19c 틀에 박힌 모든 가치를 부정했으며 주요 작품으로 <빨간 조끼를 입은 소년> <사과>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과 프로방스의 생트빅투아르 산을 주제로 한 수많은 작품이 있다. 그의 작품과 미술 개념은 20세기의 많은 화가들, 특히 입체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피카소는 “나의 유일한 스승 세잔은 우리 모두에게 아버지와도 같다”고 말했고, 그렇게 세잔은 현대 미술의 아버지가 되었다.

 

             

 

 <세잔의 아뜰리에를 찾아 액상프로방스에 가다>

 

오래된 의자 위에 사과 하나 앉아있다.
『사과처럼 앉아있어』 시집을 세잔이 앉았던 의자에 내려놓았다. 하루 종일 사과를 보아도 본질을 볼 수 없던 날들이 오래된 화구들 사이로 번진다.
세잔이 직접 설계하고 지었다는 아뜰리에, 세잔이 살아생전 쓰던 다양한 물건들과 그림 그리는 도구들, 창문으로 쏟아지는 빛과 각도에 따라 다른 느낌을 주는 드로잉은 깊은 떨림을 주었다. 세잔이 생전에 그리던 여러 그림 도구들과 꽃병, 옷들, 세잔의 유명한 사과 연작 그림의 소재들이 움직일 듯 놓여있어 세잔의 그림 모티브나 생각을 느낄 수 있었다.

 

 

                       

 

화구와 이젤을 챙겨 생트빅투아르 산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세잔의 등이 구부정하다. 삐딱한 시선으로 붓을 놀리는 세잔의 눈에 세상은 기울어 가고 있었다.
에밀 졸라와 뛰어놀던 산을 항상 바라보며 친구를 그리워했지만, 끝내 화해하지 못하고 비가 오는 날 산에서 그림을 그리다 비를 맞아 폐렴으로 죽었다. 비의 비린내가 남아있는 아뜰리에로  졸라의 영혼이 찾아오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며 카메라 앵글을 돌려본다.  

 

                         

     

< 나는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정복하겠다>
대부분의 생애를 거의 대중의 오해와 불신으로 일관했던 세잔은 파리의 살롱전에서 떨어지고 난 후 고향으로 돌아가 사과를 많이 그렸다. “나는 사과 하나로 파리를 정복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에밀 졸라가 우정의 표시로 자기에게 준 사과 한 알에 대한 우정을 잊지 않았고, 세잔은 친구가 준 사과를 소재로 독특한 작품들을 남겼다. 중력을 무시해야 사과의 본질을 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


사과에 깊이 매료되어 있던 세잔은 사과 속의 사과를 그렸다. 다시점으로 사과의 본질을 꿰뚫어 보려고 시도했고, 튀어나오는 고정관념을 거두어내며 본질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대상을 다시 해석하려 노력했다. “세상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세 개의 사과가 있다. 아담과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대 미술에 큰 영향을 주었다. 


작품의 주제는 주로 풍경과 정물이지만 초상도 더러 있으며 색채는 강렬하면서도 차분하다. <볼라르의 초상화>나 <묵주를 든 노파>를 그릴 때 “움직이지 말고 사과처럼 앉아있어”라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인간이 사과처럼 되려면 도구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와 나는  별개인 관계이지만 사물을 도구화 시킬 때 퍼포먼스가 된다.


사과와 정물을 들여다보면 그림에 시간이 들어있다. 그는 반사광에 의해 나타나는 대상들의 객관적인 모습보다는 그 밑에 깔려 있는 구조를 강조했다.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하나가 되는지를 늘 고민하며 그린 그림을 볼 때면 세잔의 음성이 들린다.

                      “ 움직이지 말고 사과처럼 앉아 있어! ”

 

 

                             

                               ▲ 연명지 시인

 

   [기고=연명지 글, 사진]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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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나무 시인 2020/08/14 [09:47] 수정 | 삭제
  • 사진들을 잘 배치했네요. 수고 많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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