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시평 (4)

「사소하거나 거룩한」, 오봉옥 시인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0/07/18 [09:56]

권영옥 문학박사의 현장시평 (4)

「사소하거나 거룩한」, 오봉옥 시인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0/07/18 [09:56]

 

  ▲ https://pixabay.com/users/Cock-Robin

     © Cock-Robin, 출처 Pixabay

 

 

                                               「사소하거나 거룩한」

 


                                                                             -오봉옥 시인: 1985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 시집

                                                                                                 『지리산 갈대꽃』, 『노랑』, 『섯!』 등. 산문집 『난 월

                                                                                                 급받는 시인을 꿈꾼다』. 동화집 『서울에 온 어린왕

                                                                                                 자』, 비평집 『시와 시조의 공과 색』 등. 서울디지털

                                                                                                 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문학의 오늘』 편집인.

 


                TV에서 연어의 귀향을 보고 있는데
                죽어서가 아니라
                죽으러 가는 그 눈부신 행렬을
                애처로운 눈길로 따라가고 있는데
                아내가 갑자기 뱀처럼 휘어 감는다

                폭포에 몸을 던져 아가미가 찢기고
                거슬러 오르다 오르다
                지느러미가 뜯겨 피 철철 흐르는데
                비늘을 벗겨 낸 아내가 파르르 떨며
                내 안의 깊은 여울 속으로 뛰어든다

                상처투성이 몸으로 마침내 알을 낳고
                꼬리로 바닥을 휘저어 자갈이불로 덮은 뒤
                그제야 저를 놓아버리는 연어
                난 다음 장면이 궁금해 죽겠는데
                아내는 다음 세상이 궁금하다는 듯
                숨넘어가는 소리를 낸다

                      -시집 『섯!』 중에서 「사소하거나 거룩한」 전문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체 중에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뛰어넘는 비상식적인 것들이 많다. 작고 누추한 것이 핵심적인 선이 되어 빛을 발할 때, 반대로 삼각형의 각진 물체가 의외로 부드럽고 유연할 때 우리는 모순과 불일치라는 이원론적 대립의식을 느낀다.

 

이 시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귀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느 가수의 가사처럼 “흰머리 날리면서 달려온 어머님”을 그리는 코스모스 핀 평온의 공간을 생각한다. 그런데 “연어의 귀향”은, 살겠다고 아가미 찢기며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게 아닌, 죽으러 가기 위해 눈부신 은빛 비늘의 행렬을 이룬다.

 

이 시에서 ‘귀향’이 ‘평온’의 의미라면, 눈부신 은빛 비늘의 행렬은 ‘죽음’을 의미하고 있다. 달리 말하면 연어의 죽음 과정은 결국 ‘알’을 낳기 위한 탄생과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 작품에서 ‘죽음’과 ‘탄생’, 즉 ‘대조’와 ‘상충’되는 요소들의 통합이 아이러니이다.


한편, 시인은 자신과 아내와의 부부생활을 통해, 연어가 ‘알’ 낳는 과정 속에서 극고통과 극희열을 느낀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알’을 낳고자 하는 욕망은 쾌락원칙을 넘어서 과한 극쾌락을 지향한다. 이와 유사한 단어가 프랑스어로 ‘jouissance’,인데. 이는 성적 언어를 함축하고 있다. 연어나 시인의 부부처럼 인간의 죽음 의식은 에로티즘과 관련이 있다.

 

아내가 자신의 비늘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뱀’처럼 시인을 유혹하고, 깊은 여울 속으로 뛰어든다. 이러한 성적 욕망은 아내만이 느끼는 ‘허물어질 듯한 한계’ 즉 인간 무의식에 숨겨져 있는 극고통과 극희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서 극희열은 죽음의 통로로 가는 파괴본능과 연관이 있다.

 

연어의 죽음은 일회성이지만 수많은 새끼를 탄생시키는 데 비해 인간의 성적 죽음은 붕괴되고 다시 시작하는 다수성이지만 한 두 명의 자녀를 탄생시킨다. 결국 이 시에서 생물체의 죽음이란 삶의 안정과는 대극점에 있는 탈진이면서 폭발이다. 이를 통해 생명체는 새 생명을 생산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오봉옥 시인의 시 근저에는 생명을 잉태시키기 위해 희생과 헌신의 절대성으로 대변되는(「엄마의 집게」, 「어머니의 밥」) 모성의 한 열망이 놓여 있다.

 

 

 

 

 

  
   ▲권영옥 문학평론가

 
 [권영옥 약력: 시인, 문학평론가]
 
□ 경북 안동 출생,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과 졸업(문학박사)
 □ 시론서 『한국현대시와 타자윤리 탐구』, 『구상 시의 타자윤리 연구』.

 □ 시집 『청빛 환상』, 『계란에 그린 삽화』 (경기문화재단 창작기금 수혜)
 □ 전 아주대 외래교수, 현재 《두레문학》편집인, 문예비평지 『창』편집위원,

    《시인뉴스》 편집위원, <두레문학상>수상.

 □ 이메일 :  dlagkwn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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