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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단절은 현대인의 장애

인간 주체성 옹호를 위해 작가정신을 선언하다. '박유하 소설가 인터뷰'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7/15 [18:30]

소통단절은 현대인의 장애

인간 주체성 옹호를 위해 작가정신을 선언하다. '박유하 소설가 인터뷰'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07/15 [18:30]

 

 ▲박유하 소설가.                                                                    © 포스트24

 

▶문학이 천재가 전 인생을 걸어도 성취의 보장이 없는 분야라는 인식도 없이 내면의 소리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기존의 틀을 뒤집지 못해 순응했다. 늦게 작품집을 내는 변명 열심히 해 본들 무슨 소용인가. 문학에 깊이 머리를 조아리면서 낮은 성적표를 공개하는 마음, 춥기만 하다는 박유하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Q : <노을빛 스커트> 소설집 출간 계기는?

A :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의 창시자 시시포스처럼 무거운 바위를 산 정상으로 밀어 올리는 심정으로 쓴 단편들을 엮었습니다.

 

Q : <노을빛 스커트> 줄거리가 궁금합니다.

A : 옷에 집착하는 모녀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와 불화를 무릅쓰고 동대문 옷상가에 드나드는 엄마를 미행하던 딸은 어느새 엄마처럼 옷에 매혹되어 동대문에 드나들게 된다. 옷에 의해 촉발된 불화로 가정이 해체되고 딸은 외로움에 아버지가 할아버지에게 전하라고 준 돈으로 옷을 산다.

 

Q : 소설집의 단편들도 소개해주세요.

A : (나비, 나비!)

상류층 젊은이들의 빈부 차이에 대한 인식과 갈등을 그렸다. 준범은 대기업의 아들이고, 새론은 망한 기업인의 딸이며, 혜온은 신흥 상류층의 딸이다. 새론은 아버지의 병 치료를 위해 신장을 매매할 정도의 가난에서 헤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준범에게 상징적인 문자를 날린다.

 

(심연)

유부남을 사랑한 내가 그의 사망 소식을 듣고 무덤을 찾아가던 중 산길에서 묘령의 여자를 만난다. 그녀도 그를 사랑한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서로의 사연을 털어놓고 함께 산길을 내려온다.

 

(보다 큰 집)

다세대 주택 건축에 나선 70대 여자와 계약을 한 건축업자는 약속대로 집을 지어주지 않는다. 여자는 계약서에 건축 조건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지 않은 실수 탓이라는 걸 알지만 건축업자에게 대항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갈등한다.

 

(환)

식물인간이 된 사장은 주변의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자신의 과거를 뒤돌아보며 냉혹하게 살아온 삶, 돈과 여자에 대한 욕망만을 추구하며 살아온 삶에 대한 회한에 잠긴다. 하지만 자신의 유서도 고칠 수 없는 벌레처럼 살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Q : 소설가의 삶

A : 소설가란 아름답고도 슬픈 짐승이다. 감동적인 소설은 아름답고 작품을 쓴 소설가도 아름다워진다. 미증유의 리듬을 타고 창작 세계에 휘말린 소설가는 남모를 희열을 향유하게 되고, 이 희열이 고된 작업을 되풀이하게 하는 동력이지만 번번이 훌륭한 작품이 탄생 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시시포스 흉내를 내며 글을 쓰는 소설가의 세계는 극지의 얼음처럼 냉혹하기도 하다. 반대로 소설이 지리멸렬하거나 작품에 대한 호응이 없을 때의 슬픔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 유명 작가는 열흘 동안 거의 침식을 잊고 한 번도 책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미친 듯 소설을 썼다고 한다. 소설에 미친 작가는 열정과 건강, 재능을 타고난 셈이고, 그는 그만큼 유명해졌다. 하지만 30년 후에도 그의 소설이 읽힌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소설가는 슬플 수밖에 없다. 현세에 유명하고 후세에 남는 소설가가 되려면 그 작가보다 더 어마무시한 열정과 재능을 타고 나야 한다. 다른 말로 천재적이지 않으면 현세에도 후세에도 이름을 얻지 못하고 도로(徒勞)를 숙명처럼 여기고 살아야 한다. 소설가의 삶에는 슬픔이 가득 차 있다. 그래도 소설을 쓴다.

 

 

▶박유하 작가의 소설집 『노을빛 스커트』는 우리가 현실에서 부닥치는 돈을 비롯한 수많은 우상들과의 싸움터이기도 하다. 우리는 현실이 만들어놓은 우상의 질서를 자유의 질서로 착각하고 살아간다. 박유하 작가의 시선은 인간의 주체성을 상실한 그런 현장을 과감하게 치고 들어간다. 우상이 만들어놓은 질서에 순응해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면서 그것이 인간다움에의 호흡을 억압한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가는 것에 분노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개개인을 단속하는 우상에의 질서를 거부하고, 인간다움을 옹호하는 의미 있는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김성달 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 추천사 중에서)

 

 

 

 

 

 

   ▲박유하 소설가

 

 [약력]

 □ 1989년 「동그라미와 공의 융합」 『동서문학』 등단

 □ 저서 : 2010년 장편 『하얀손 그림자』 출간

             2020년 장편 『블랙홀』 출간

             2020년 소설집 『노을빛 스커트』 출간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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