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기자의 '생태 수필'

반려 곤충, -긴꼬리산누에나방애벌레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3/11/28 [08:23]

이영자 기자의 '생태 수필'

반려 곤충, -긴꼬리산누에나방애벌레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3/11/28 [08:23]

                                           반려 곤충

                                          -긴꼬리산누에나방애벌레 

                                                                                                       

 

 ▲애벌레, 번데기, 긴꼬리산누에나방  © 포스트24

 

충북 제천으로 곤충 탐방을 하러 가는 날이다. 올해 비는 물 폭탄으로 변해 여기저기 피해가 속출해 도로 사정이 걱정되었으나 미리 잡혀 있는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푸르던 하늘에 먹구름 융단이 두꺼워 진다. 영월 산자락으로 반딧불이와 야간 곤충을 탐험하기로 했는데…. 저녁 식사 중 갑자기 폭우가 쏟아진다. 이번 곤충 탐방은 비로 인해 다양한 곤충을 관찰하기가 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깊어 간다. 잠시 비가 그친 틈을 타 곤충 탐방 일행은 숙소 옆 냇가 주변을 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풀벌레들이 자신을 알리는 신호음을 내며 풀숲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들은 주로 날개를 비벼 소리를 내기도 하고 다리를 문질러 그 소리로 암컷을 부른다. 

 

특히 가을이 다가옴을 알리는 귀뚜라미의 서글픈 구애 소리가 풀숲을 흔든다. 귀뚜라미는 울림통이 큰 바위틈이나 구멍 난 잎 뒷면에 숨어 울어댄다. 이런 귀뚜라미의 지혜는 종족 유지를 위한 진화의 결과인 듯하다. 비가 그치니 다양한 수컷 벌레들의 울음소리가 풀숲에 가득하다. 어둠이 깊어 갈수록 가로등 불빛은 더욱 밝아진다. 밤길은 풀벌레의 오케스트라 합주로 가을의 정취를 전해준다. 

 

야간 탐방은 손전등 하나로 숲의 깊은 곳까지 구석구석을 뒤지며 곤충의 모습을 관찰해야 한다. 잠을 자기 위해 나뭇잎 뒤에 숨은 딱정벌레 잎벌레류, 긴 더듬이를 멋지게 뽐내는 여치류, 저승사자의 얼굴을 한 왕귀뚜라미, 알을 낳기 위해 이리저리 배회 중인 갈색여치 등, 긴 뒷다리의 소유자들이 밤의 시간을 뒤적이고 있다. 

 

이때 나뭇잎 위에서 짝짓기에 여념이 없는 메뚜기가 손전등을 비춰도 거동이 없다. 종족 보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풀벌레들의 소중한 시간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마치 관음증 환자처럼….

 

밤의 시간을 뒤적이다 벚나무에 매달려 있는 ‘긴꼬리산누에나방 애벌레’를 만났다. 2령 정도 된 애벌레다. 호기심 발동에 나는 이 애벌레를 집으로 데려가 키우기로 하고 반려 애벌레를 데리고 왔다.

 

편식이 심해 까다로운 애벌레를 키우기 위해 현장에서 벚나무 잎을 따서 집으로 가지고 와 냉장고에 보관했다. 5령까지 키우려면 싱싱한 잎을 보존하고 충분한 먹이가 필요하기 때문에 먹이를 넉넉히 준비했다. 이제 하루하루가 귀여운 반려 애벌레의 관찰 모드다. 혹시 습기가 모자라는지, 나뭇잎이 마른 건 아닌지, 똥을 제때 안 치워 곰팡이는 안 나는지, 자잘한 소일거리에 충실해야 애벌레의 본 모습을 볼 수 있다. 

 

잘 먹고 잘 크고 있는 오동통한 모습, 어느덧 4령이 된 애벌레, 더듬이 역할을 하는 가늘고 긴 흰 털이 더욱 길어져 듬성듬성 등에 장식하고 있다. 몸에는 짧은 털들도 보인다. 짧고 강하게 보이는 털은 애벌레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이므로 위기 상황에 부닥치면 이 털로 상대에게 쏘아 자신을 방어한다.

 

애벌레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관찰하기가 3주째. 포도에 딸려온 깔따구가 날아다닌다. 마침 모기약이 옆에 보이길래 허공에 대고 깔따구를 잡기 위해 뿌렸다. 그런 후 몇 시간이 지났다. 곤충 통을 들여다보니 애벌레가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있다. ‘흠~ 드디어 실을 내어 고치방을 만들고 있군!’ 앞으로 만날 나방을 생각하며 가슴이 설레었다. 그런데 유난히 몸을 이리저리 흔드는 애벌레, 자세히 보니 입으로 풀물을 토하며 괴로워서 몸을 비비 틀고 있다. 예전에 내가 급체했을 때 토사곽란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힘들어했는데 애벌레의 토하는 모습을 보자 내가 토하며 괴로워했던 생각이 났다. 

 ‘갑자기 애벌레에게 무슨 일이….’ 곤충 통 바닥에 토사물이 흥건하다.  

 ‘어쩌지, 왜 이러는 거지?’

 ‘아차, 깔따구를 잡기 위해 뿌린 파리약!’   

 ‘애벌레의 고통은 바로 저 파리약 때문일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멍이 숭숭 뚫린 곤충 통이 보인다. ‘혹시 저곳으로….’

 

나는 얼른 다른 곤충 통을 가지고 와 분무기에 깨끗한 물을 받아 애벌레에게 뿌려 주고 새로운 잎을 냉장고에서 꺼내 통 안에 가득 채워 주고 애벌레를 옮겨 주었다. 잠시 후 강한 몸부림을 멈추고 조용해졌다. 

 ‘죽은 걸까?’ 몇 시간이 흘렀다. 

 

애벌레는 다시 나뭇잎을 먹기 시작한다. 이제 입이 아닌 항문으로 똥을 잘 싸고 있다. 애벌레의 똥이 마치 보석처럼 보였다. 아, 드디어 살려낸 것이다. 그날 이후 애벌레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기하기만 한 애벌레의 성장을 관찰한다. 그러던 애벌레가 이번에는 사라졌다. 가슴이 또 철렁거린다. 곤충 통 안을 이리저리 뒤진다. ‘혹시 죽은 것은 아닌지.’ 불길한 생각이 스친다.  

 아무리 찾아도 나뭇잎만 수북하다.

 

나뭇잎을 하나하나 꺼내가며 살핀다. 그 사이 나뭇잎 뭉치가 있다. 이 잎, 저 잎을 끌어다가 고치를 꽁꽁 감싼 채 깊은 잠에 빠진 애벌레. 고치 집 속에서 번데기가 된 것이다.  

이제 머지않아 옥색 옷을 입은 ‘긴꼬리산누에나방’이 선녀의 모습으로 고치를 뚫고 나올 그날. 케익이라도 준비할까?

내 농담에 혼자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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