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 어깨가 기울다
이지우
길이 없는 허공 길을 따라 눈이 아래로 향한다 바람이 가자는 대로 목적지도 없이
눈은 숲속 큰 갈참나무 가지에 내려앉는다
보송송한 한기에 벌떡 일어나 앉는 나무, 겹겹의 옷을 두르며 기침을 해댄다
그 아픈 몸으로 밤새 하느님의 수다를 다 받아주더니 바위에 짓눌린 듯 꼼짝없이 오한에 떤다
그는 셀 수 없는 흰 옷을 입고 지상으로 날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나무는 어깨가 무겁다고 아우성을 친다
추위를 오랫동안 피워서 길 잃은 새들도 화르륵 당황한 눈치, 눈을 비비며 수다를 물고 날아간다
흰 깃털이어도 오래 앉으면 나이테는 휘어진다 이 미몽의 한겨울에 귀를 쫑긋 세우며 몰아 눕는 나무
바람과 미조들이 놀다간 눈 숲에 대한이 진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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