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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담다, 「나목, 어깨가 기울다」 _ 이지우 시인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3/11/03 [22:26]

시를 담다, 「나목, 어깨가 기울다」 _ 이지우 시인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3/11/03 [22:26]



         나목, 어깨가 기울다

                                     

                                         이지우

 

길이 없는 허공 길을 따라 눈이 아래로 향한다

바람이 가자는 대로 

목적지도 없이 

 

눈은 숲속 큰 갈참나무 가지에 내려앉는다

 

보송송한 한기에 벌떡 일어나 앉는 나무, 겹겹의 옷을 두르며

기침을 해댄다

 

그 아픈 몸으로

밤새 하느님의 수다를 다 받아주더니

바위에 짓눌린 듯 

꼼짝없이 오한에 떤다

 

그는 셀 수 없는 흰 옷을 입고 지상으로 날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나무는 어깨가 무겁다고 아우성을 친다

 

추위를 오랫동안 피워서

길 잃은 새들도 화르륵 당황한 눈치, 눈을 비비며

수다를 물고 날아간다

 

흰 깃털이어도 오래 앉으면 나이테는 휘어진다

이 미몽의 한겨울에 귀를 쫑긋 세우며 

몰아 눕는 나무

 

바람과 미조들이 놀다간 눈 숲에 대한이 진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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