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 2관왕 정정화 소설가 <실금 하나>

자동차 흠집 하나로 이혼을 요구하더라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6/04 [20:15]

신춘문예 2관왕 정정화 소설가 <실금 하나>

자동차 흠집 하나로 이혼을 요구하더라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06/04 [20:15]

 

  『실금 하나』 저자=정정화 소설가.                                                                    © 포스트24


▶ 현대사회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소설가의 눈은 더 작은 것을 보고, 소설가의 귀는 더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길 소망하며 여덟 편의 단편소설로 현대인의 삶을 그린 신춘문예 2관왕 정정화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정정화 소설집.                                                                                                © 포스트24

 

Q : 『실금 하나』는 어떻게 출판하게 되었나요?
A : 첫 소설집 『고양이가 사는 집』을 낸 후 2년 만에 펴낸 책입니다. 『실금 하나』에 실린 여덟 편의 작품을 통해 부모와 자식, 부부, 직장, 친구 사이에서 관계가 일그러진 사람들의 삶을 그렸어요. 위선과 거짓이 팽배한 현실에서 참된 삶과 가치를 추구하는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실현하는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고자 했습니다.

 

Q : 『실금 하나』 줄거리 좀 자세히 얘기해주세요.
A : 『실금 하나』는 삼십 대 후반에 조기 폐경을 맞게 된 아내의 이야기예요. 아내는 남편에게 설명도 없이 아이만 집에 둔 채 나가 늦은 밤까지 돌아오지 않습니다. 남편인 ‘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아내 행동의 이유를 찾아가다가 부부 관계에 금이 간 결정적인 사건이 아내의 실수로 차에 낸 실금 하나 때문임을 알아챕니다. 실금 같은 틈이 조금씩 벌어져 부부 사이가 멀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인간관계 역시 사소한 어긋남이 큰 균열로 이어지는 일이 많지 않나 싶어요.

 

Q : 소설집의 다른 단편도 소개해주세요.
A : 「돌탑 쌓는 남자」는, 경력 단절된 여성인 ‘나’가 남편과의 거리감으로 방황하던 중 강가에서 돌탑 쌓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시행착오 속에서도 탑 쌓기를 멈추지 않는 그를 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이외에 뇌출혈로 쓰러진 노인이 요양병원과 딸의 집을 전전하며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인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중년의 나이에 초보 보험설계사가 된 정민이 회사에서 겪는 부조리한 현실을 가면이라는 소재로 드러내고, 그 부조리함에 맞서는 모습을 가면무도회라는 장치를 통해 묘사한 「가면」, 201호 병실에서 벌어지는 환자들의 일상을 무생물인 병원용 침대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서술한 「201호 병실」.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춘 남녀인 ‘그’와 ‘나’가 비합리적인 사회 구조 속에서 겪는 부당한 일들을 보여주는 「너, 괜찮니?」, 거짓으로 가득한 현실에서 한 존재의 자아가 어떻게 짓밟히는지를 섬 총각 ‘현수’를 통해 보여주는 「빈집」, 교사임용시험 공부를 하는 장수생인 ‘나’(여성)가 2개월짜리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사회 선생을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그가 염 선생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시험에도 떨어지면서, 고립과 소외를 치유하는 방식을 ‘남장’을 통해 모색하는 이야기인 「크로스 드레서」가 실려 있습니다.

 

Q : 독자에게 권하고 싶은 한국소설 추천 부탁합니다.
A : 권지예 작가의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을 추천 드려요. 이 작품은 작가가 10년 만에 펴낸 소설집 『베로니카의 눈물』에 실려 있습니다. 죽은 남편 민수의 유물 중에 쿠바에 가면 소피아 곤살레스에게 전해주기를 바란다는 상자와 메모를 발견합니다.

 

평생 동반자인 남편에게서 비밀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이 궁금했고, 삶의 미스터리와 속물적인 ‘나’의 심리에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작품을 읽고 자신만의 ‘파라다이스 빔을 만나는 시간’과 조우하시길 바랄게요.

 

Q : 현대사회 인간사를 주제로 많이 쓰시는데 다음은 어떤 작품을 구상하는지 궁금합니다.
A : 단편소설은 인간관계를 다룬 이야기와 아울러 생태, 환경 쪽에 관심을 두고 작품을 쓰고 싶어요. 제가 첫 소설집을 내고 장편소설을 구상하기 시작했는데요. 가족에 얽힌 현대사와 관련된 소설을 쓰고 싶어 많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머릿속으로만 맴도는 것을 메모해 뒀는데 집필까지 나아가지 못했어요. 두 번째 소설집이 나왔으니 장편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저의 근원을 알 수 있는 ‘인생 작품’을 쓸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장편 속에서도, 『실금 하나』 작가의 말에서 적었듯이 “내 눈은 더 작은 것을 보고 내 귀는 더 작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겸손하고 경이롭게 현상과 실재를 바라보는 시선을 견지하고 싶어요.


▶ 정정화의 작품은 노인문제, 부부문제, 비정규직 문제, 갑을관계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리고 있다.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의 모습으로 어그러지고 깨어진 관계 속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 속에 처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해 분투한다. 어느 것 하나 우리의 일상이 아닌 것이 없는 소설 속 인물들의 현실은, 또한 나의 삶이 될 수 있기에 그들의 애씀이 더욱 와닿는다. (구모룡 문학평론가의 작품 해설 중에서)

 

 

 

 

 

   

   ▲정정화 소설가 (필명 길성미)
 

 〔약력〕
 □ 2015년 경남신문 「고양이가 사는 집」 신춘문예 당선
 □ 2015년 농민신문 「담장」 신춘문예 당선
 □ 2017년 소설집 『고양이가 사는 집』
 □ 2019년 6인 작가 테마소설집 『나, 거기 살아』
 □ 2019년 소설집 『실금 하나』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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