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에게는 고통도 자산

문학은 불멸의 길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06/01 [08:42]

소설가에게는 고통도 자산

문학은 불멸의 길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06/01 [08:42]

 

 ▲ 2018년 교보문고 추천도서 선정.                                        © 포스트24

 

▶ 소설집 <피에타>에 이어 <플러스섬 게임>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정은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Q : <플러스섬 게임>은 어떻게 출간하게 되었나요?
A : 자전적 소설입니다. 오래전부터 쓰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2018년 남편이 췌장암 진단을 받고 2019년 1월 세상을 떠난 후 많이 울었어요. 작가에게 있어 기억력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타인에게서 고통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절대로 잊지 못합니다.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며 쓴 작품인데 2,100매가 넘었어요. 원래 구상에 따르면, 이 책의 제목은 ‘가시나무 새의 노래’였어요. 책 제목을 『플러스섬 게임』으로 바꾸고, 에피소드를 몇개 빼 1,600매로 줄여 문학사상에서 출간하게 되었습니다.      

 

Q : <그해여름, 패러독스의 시간>부터 3권 연속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어떤 느낌입니까?
A : 2018년 출간한 『피에타』가 교보문고 추천도서로 선정되었을 때 기뻤어요. 베스트셀러 마크가 붙어있는 걸 보고 가슴이 떨려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어요. 구름 위에 떠 있는 것 같아 눈물이 났습니다.   
첫 번째 베스트셀러는 2015년 광복70주년기념작품 『그해여름, 패러독스의 시간』입니다. 출간 즉시 언론에서 주목해 인터뷰도 많이 했어요. 전쟁의 슬픔을 그린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2019년 『플러스섬 게임』은 출간 즉시 교보문고 추천도서에 선정되며 베스트셀러 소설이 되었어요. 처음이 힘든 것 같아요. 문청의 마음으로 처음 소설을 쓰던 때를 생각하면서 다음 작품을 구상합니다. 세 번째 베스트셀러를 출간했으니 이제부터 베스트셀러 작가라고 해도 될까요? 등단한 지 30년이 지났지만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깁니다. 
                  

  이정은 소설가의 자전적 소설.                                             © 포스트24


Q : <플러스섬 게임> 줄거리가 궁금합니다.
A :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6부작으로 모두 50개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지적 허기에 시달리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여자’가 스무 살의 어린 나이에 효자이며 가부장적인 남편과 혼인하면서 게임이 시작됩니다. 아들을 사랑하는 시어머니의 질투에 시달리고, 중풍 든 시아버지 병시중으로 고생하고, 남편의 무심함에 괴로워하다 시부모가 사망하자 부부는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랑을 느끼기 시작하는데. 안타깝게도 남편이 췌장암 발병으로 시한부 생명이란 사실을 알게 된 순간 ‘여자’는 남편에 대한 사랑을 뚜렷하게 느끼고 죽음이 다가올수록 사랑은 더욱 깊어집니다.


Q : 여든 넘어서도 정열적으로 창작하시는데 작품 활동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A : 네, 나이 50살에 등단했습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오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도서관에서 독서를 하거나 동네 산책하는 생활을 수십 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외출할 때는 취재수첩을 들고 다닙니다. 지하철 안에서도 생각이 떠오르면 기록하고 친구를 만나 잡담을 하다가도 작품구상이 떠오르면 집으로 달려갑니다.
한 달에 두 번 독서모임을 하고 있어요. 각기 다른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라 바라보는 시선이나 생각의 다양성을 느끼게 됩니다. 책을 읽고 토론하다보면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자녀들은 이제 그만 쓰라고 하지만 하루라도 글을 쓰지 않으면 허전해요. 글을 쓰는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입니다. 행복해요.

 

Q : 소설가를 꿈꾸는 문청들 그리고 은퇴 후 소설가에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뭐가 있을까요?
A : 네, 나이 50살에 등단했습니다. 당시 가정주부가 등단했다고 언론에서도 기사화했어요. 특히 소설가에겐 과거의 열악한 환경이나 고통스런 시간들을 겪은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신은 인간에게 고통스런 시간을 주면서도 그 고통을 헛되게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설가에겐 고통도 자산이 됩니다.
후배들이 저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단련된 시간, 타고난 재능, 노력, 도전하는 마음가짐, 건강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끈기와 열정입니다. 방랑, 탐색, 모험. 상실과 방황을 거쳐 이대로 죽을 수 없다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청춘의 특권입니다.


늦깎이 소설가, 은퇴 후 작가 도전은 바람직한 현상이고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겁니다. 경험은 작가에겐 자산이죠. 글을 쓰면서 자신의 전공분야를 활용하면 좋을 겁니다. 생각의 깊이, 전공지식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을 작품화하는 것,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이를 분석하고 한 편의 작품을 세상에 남기는 것, 오래도록 글을 쓸 수 있다면 축복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음 작품은 ‘불멸’을 주제로 초고 완성하고 퇴고 중입니다. 빠르면 이번 여름에 나올 것 같아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창작을 멈추지 않은 소설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독자들이 등장인물의 행동과 상황에 따른 심리상태가 리얼해 몰입도가 좋았다고 많은 문자와 엽서를 보내오고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에피소드 별로 세계 명작이나 영화 이야기가 적절히 곁들여 있어서 좋았다는 분들도 많았다고 한다.
건강을 소망하며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정은 소설가에게 감사드린다.

 

 

 

  

  ▲ 이정은 소설가

 

 □ 1989년 『월간에세이』 수필 추천
 □ 1991년 『월간문학』 단편소설 <부화기> 신인상 등단
 □ 소설집 《시선》 《꿈꾸는 여자》 《불멸의 노래》 《하얀여름》 《세 번째 기회》 《세상에 말을 걸다》 《피에타》,

    장편소설 《너의 이름을 쓴다》 《신화는 계속된다》 《태양처럼 뜨겁게》 《블루 인 러브》 《웰컴 아벨》 《그해여름, 패러독스의 시간》 《플러스섬 게임》, 공저로 《한·중 정예작가초대소설집》 등을 출간했다. 
 □ 2009년 한국문학평론가협회상, 2011년 만우박영준문학상, 2012년 아시아황금사자문학상 우수상, 2012년 들소리문학상 대상, 2017년 한국소설문학상, 2019년 제3회 “시선” 올해의 최고작품상을 수상.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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