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를 찾아서

조재은 수필가, 수필읽기 (5)

이지우 기자 | 기사입력 2020/05/17 [21:37]

은유를 찾아서

조재은 수필가, 수필읽기 (5)

이지우 기자 | 입력 : 2020/05/17 [21:37]

 

                                                  은유를 찾아서

                                                                 - ‘일 포스티노’

                                                                                                        

                                                                                                   조재은 수필가

 

 

사람은 누구나 다 시인이라고 합니다.

생살같이 여리고 아픈 시인의 마음이 한 겹 한 겹 생활의 옷을 입어 드러나지 않을 뿐입니다. 시는 불꽃놀이 같아서 어느 순간 찬란하게 밤하늘을, 어두운 마음을 비춰줍니다. 시인은 스스로 불꽃놀이에 쓸 화약을 가슴에 품고 있어 어느 누가 성냥불 한번 붙여 주기를 기다립니다. 일상에서 생활인은 마음에 촛불 한번 못 붙이고 차갑게 살지만, 시인은 갖고 있는 화약을 터트려 한 편의 시를 만들고 끝내 자신까지 소멸시킵니다.

 

영화 ‘일 포스티노’는 평범한 우편배달부가 칠레의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를 만나 숨어 있던 시정을 조금씩 닦아 시인이 되는, 삶이 곧 시인 것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네루다는 다양한 장르의 시 2500편을 남겼지요.

말갛게 닦인 유리창같이, 무공해로 키운 연한 채소같이 정결한 화면의 ‘일 포스티노’는 이탈리아 영화인데도 아카데미 외국어상이 아닌 작품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소설을 각색한 시나리오는 수채화 같습니다. 우편배달부 역을 맡은 마시모 트로이시는 실제로 중병에 걸렸는데도 감독을 찾아가 마지막으로 ‘일 포스티노’(우편배달부) 출연을 요청했고 촬영을 끝낸 며칠 후 사망했습니다.

 

칠레에서 상원의원까지 지낸 네루다가 정치적 이유로 이탈리아의 작은 섬으로 망명을 옵니다. 세계 각국에서 그에게 오는 편지를 배달하기 위해 마리오는 우편배달부로 취직합니다. 그 즈음 마리오는 베아트리체를 사랑하게 되는데 그 마음을 표현할 수가 없어 네루다에게 어떻게 표현하면 되느냐고 묻습니다. 네루다는 메타포란 단어로 대답합니다. 메타포는 라틴어로 ‘∼너머로 가져감’을 뜻합니다. 은유는 현실의 무미건조함을 넘어 표현에 생명력이 있게 하지요.

 

이 영화의 주인공은, 네루다도 우편배달부도 아닌 바로 이 은유란 단어입니다.

요즘과 같이 직유가 난무하는 세상에, 직유의 말도 부족해 몸으로 부딪쳐 오는 이 시대에 은유란, 단어 그 자체가 청량제입니다. 영화 속 삶보다 현실의 삶이 더 영화 같은데 사랑의 편지를 쓰기 위해 시를 배우는 사람. 그 사람의 삶이 한편의 서정시입니다.

 

시 같은 삶을 보여준 ‘일 포스티노’에서는, 보잘것없는 가난한 우편배달부가 사랑을 은유로 표현하여 그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결혼을 합니다. 베아트리체의 웃음을 나비의 날개 짓이라고 표현한 것은 시를 배워서가 아니고 우편배달부 마음 한 구석 수줍게 숨어있던 진실과 열정 때문이었지요. 사랑이 시작 되면서 시가 태어난 것입니다.

 

‘일 포스티노’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아주 고요합니다. 마을을 떠난 네루다에게 섬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기 위해 풍경을 녹음기에 담는 장면입니다. 파도소리. 절벽에 부딪치는 바람소리. 어부의 서글픈 그물 걷는 소리. 종소리. 그리고 별이 반짝이는 소리. 밤하늘을 향해 마이크를 대고 녹음을 하는 모습은 어떤 절창의 시보다 아름답습니다. 그 소리가, 별이 반짝이는 그 소리가 듣고 싶어 가슴이 탔습니다.

은유의 귀로 들으면 밤하늘 별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 소리를 듣고 나면 가슴 뛰는 소리나 외로움에 젖은 눈빛, 마음 한 구석 떠도는 허허로움을 녹음해서 타인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요.

 

 

 

  

   ▲ 조재은 수필가

 

 

 [약력]

 □ 이메일: cj7752@hanmail.net

 □ 전) 『현대수필』 주간, 편집장, 『월간문학』 편집위원, 한국펜클럽 이사
     현) 『현대수필』자문위원 『에세이포레』 편집위원
 □ 작품집 <시선과 울림>2006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 <하늘이 넒은 곳> <삶, 지금은 상영 중>  <에세이 모노드> 

 □ 구름카페문학상', '일신수필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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